▲<나우> 게임개발자 B씨의 2016년 1~12월 주당 평균 노동시간.
노동자의 미래
지난해 7월 <길드오브아너> 게임 개발자가 돌연사하자, 8월 주 근무시간이 54.5시간으로 줄었다. 하지만 9월부터 개발자들은 다시 60시간을 넘겨 일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게임은 출시되지 못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중단됐고, 인피니티 게임즈는 넷마블 네오에 인수합병됐다.
출시와 업데이트를 앞둔 게임개발자들이 2016년 하반기에도 밤샘 야근을 계속한 사이, 넷마블 네오에서 <킹오브파이터즈>를 개발하던 28살 청년이 과로로 사망했다. 11월 21일의 일이다.
이 노동자가 왜 사망하였는지는 이듬해에야 밝혀졌다. 9월과 10월 사이 이 청년에게도 야근이 집중됐다. 10월 첫 주에만 95시간 55분, 넷째 주에는 83시간 4분 동안 일한 것이다. <킹오브파이터즈>는 2017년 2월에 출시될 예정이었고, 그도 다른 게임개발자들처럼, 출시를 앞두고 크런치 모드로 밤샘야근을 했다. 그렇게 일하다, 주말 집에서 하루를 쉬고, 다음날 회사로 출근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것이다. 지난 8월 이정미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인의 죽음을 과로 등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했다.
넷마블의 게임개발 환경에서는 누가 어떻게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4개월 동안 넷마블이 고용노동부 서울관악지청이, 우리 사회가 넷마블 게임개발 환경을 방치하지 않았다면, 28살의 청년의 죽음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넷마블의 자정능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장시간 노동, 과로로 노동자가 고통 받거나 사망하면, 그의 소속 (원청) 법인과 사업주는 최소한 세 가지 책임을 져야 한다.
① 진상규명과 함께 법적·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② 원상복구 및 각종 보상의 책임을 지는 것③ 재발방지 및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한 책임을 지는 것과로사나 과로자살에는 피해당사자의 과실이라는 게 없다. 누군가에 의해 강요되고, 무엇인가에 의해 조장되었으며, 구조적인 원인들로 인해 발생한다.
그런데 넷마블은 이 모든 책임의 첫 관문인 진상규명부터 어렵게 했다. '유족들이 과로사가 아니'라고 말했다며, 업무연관성에 대한 모든 합리적 의심을 배격하려 했다. <킹오브파이터즈> 개발자 과로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넷마블은 과로사 직후 노동건강연대가 시도한 설문조사 자체를 불온시 했고, 조사중단과 함께 발표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 증명부터 보냈다.
진상규명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넷마블은 원상복구나 보상의 책임을 지는 것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밤샘야근을 줄이려는 노력도 지난 2월 <경향신문>이 대서특필하고 시민사회가 들끓고 난 뒤에야 "야근 최소화" 계획을 발표했다.
"보상은 업계 최고"라며 적어도 임금만큼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듯 일관하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이후 44억 원의 임금체불액을 지적당하고 난 뒤에야 야근수당을 지급했다.
3년치 체불임금 지급도 마찬가지였다. 무료노동신고센터가 진정인들을 모아 증언대회를 준비하고, 의원실이 산재 인정사실을 알리고 난 뒤에야 움직였다. 유가족에 대한 사과도 그제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여전히 넷마블은 연장근로 제한 한도를 훌쩍 넘기는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가 과로사한 것에 대해 법적·사회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민주노총과 시민사회의 경고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기업이 과로사는 물론 공짜야근이 재발되지 않도록 스스로 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렇게 내놓은 대책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게 맞기나 한 건지, 효과가 있기는 할 것인지, 지역시민사회의 감시 없이도 스스로 지속할 의사는 있는 건지, 우리는 모두 의문을 가지고 있다.
10월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넷마블 서장원 부사장이 출석한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뒤늦게라도 넷마블이 책임 있게 사과하고, 21세기를 새로운 부를 선도하는 기업답게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가진 기업이라 소명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청년들의 꿈을 온전히 이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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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살 넷마블 개발자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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