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갑남
가을은 결실과 추수의 계절입니다.
나는 열흘 전에 들깨를 벴습니다. 들깨는 깻잎이 누레지고, 꼬투리가 꺼뭇꺼뭇하면 깻대를 베야합니다. 너무 일찍 베면 쭉정이가 많아지고, 늦게 베면 땅에 떨어지는 게 많아 허실이 생깁니다.
오늘(11일)은 들깨 터는 날. 비소식도 있고 해서 마음이 급합니다. 잘 마른 깻대에 비를 맞히면 며칠을 더 말려야하는 수고가 있습니다.
잔디마당에 넓은 천막깔개를 펴고, 이슬 먹은 들깨더미를 널었습니다. 해가 중천에 뜨자 깻대가 고슬고슬해졌습니다.
이제 도리깨질할 차례. 적당한 두께로 깻대를 쌓고 사정없이 후려칩니다. 다시 뒤집어 후려치면 남아 있는 깨가 죄다 털립니다.
도리깨를 얻어맞은 깻대에서 깨 쏟아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립니다. '우수수스 우스스스.'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습니다. 어디 깨 쏟아지는 소리뿐이겠습니까! 들깨향이 콧속을 솔솔 파고 듭니다.
신혼부부에게 깨가 쏟아지게 잘 살아야한다는 덕담을 건네는 게 깨 털어본 사람은 이해가 갑니다. 깨 쏟아지는 소리는 행복이 쏟아지는 소리에 견줄만 합니다.
도리깨질로 쌓인 들깨를 보니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비록 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지만요.
어레미질로 검불을 분리해내자 작은 빗방울이 들기 시작합니다. 나머지 키질은 바람 부는 날 아내한테 맡겨야겠습니다. 키질은 아내가 제법 잘합니다.
비오기 전, 가을걷이 하나를 끝내 마음이 참 홀가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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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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