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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빛미디어
어린이 인문책 <문화재는 왜 다른 나라에 갔을까?>(풀빛미디어 펴냄)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이 책은 지구에서 숱한 나라가 끝없이 전쟁을 일으킨 까닭 가운데 하나를 날카롭게 다룹니다.
숱한 나라가 전쟁을 자꾸 일으킨 까닭은 '이웃나라가 우리를 윽박지르거나 괴롭히거나 쳐들어왔'기 때문이 아니라고 해요. 이웃나라가 품은 멋지거나 아름답거나 놀랍거나 훌륭하거나 값진 보물이나 문화재를 거저로 빼앗으려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적잖은 나라나 겨레가 하루아침에 지구에서 사라졌다고 해요. 전쟁을 일으킨 이들은 무기가 없이 평화롭게 살던 나라로 마구 쳐들어가서 사람들을 끔찍하게 죽이고 집하고 마을을 불태울 뿐 아니라, 그곳에 있던 모든 '돈 될 만한 것'을 깡그리 빼앗았다고 합니다.
이집트가 세상의 주목을 받은 것은 나폴레용이 이집트를 침략했을 때 함께 간 학자들이 이집트에 관해 연구하고, 책을 내면서부터예요. 유럽에 이집트풍이 유행했지요.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관광하는 것도 유행했어요. 이집트 문명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이집트를 찾아왔고, 더 많은 이집트 문화재를 도굴하고 훔쳐갔어요.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인 피라미드 속의 보물을 훔치고, 스핑크스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보물을 찾으려고 스핑크스의 등에 구멍을 내어 폭약을 터뜨리기도 했어요. (25쪽)
(1797년 나폴레옹 군대) 군인 중 한 명이 들고 있던 칼로 '가나의 혼인 잔치'를 반으로 잘랐어요. 235년 동안 (이탈리아) 성당의 자랑거리였던 '가나의 혼인 잔치'가 칼로 잘리는 모습을 보며 수도사들은 슬픔이 북받쳤어요. (92쪽)우리는 중세나 현대라고 하는 때에 유럽 여러 나라가 저지른 그악스러운 전쟁판을 세계사로 배울 수 있습니다. 그즈음 유럽은 저마다 새로운 땅을 찾아나선다고 하면서 전쟁무기를 이끌고 돌아다녔어요.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을 어마어마하게 죽였고, 그곳에 있던 값진 것을 낱낱이 가로챘어요. 지도로 아프리카를 보면 나라하고 나라 사이가 반듯한 금이에요. 아프리카 나라들이 서로 그처럼 금을 그었기 때문이 아니라, 유럽 나라가 서로 식민지 다툼을 하면서 멋대로 그은 금이기 때문이에요.
프랑스 나폴레옹은 스핑크스를 보고는 나룻(수염)이 건방져 보인다면서 대포를 쏘아서 부수었다지요. 그런데 나폴레옹은 스핑크스를 망가뜨리기만 하지 않았답니다. 나폴레옹은 군대를 이끌고 '정벌' 이른바 '침략전쟁'을 일으킬 적마다 언제나 학자를 잔뜩 데리고 다녔다는군요.
아니, 전쟁통에 웬 학자를? 이웃나라에 있는 값진 문화재나 보물을 알아보려면 학자가 있어야 했다는군요. 프랑스 학자는 프랑스 군대를 따라 이곳저곳 함께 움직이면서 이웃나라 문화재를 짓밟거나 망가뜨리거나 빼앗는 짓을 저질렀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