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쓰라. 메시지를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문장을 구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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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문장을 짧게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글쓰기 초보자라면 얼마나 많이 쓰느냐 하는 양적인 문제가 부담스러워 짧게 쓰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글을 조금만 써보면 짧게 쓰는 것이 길게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순히 한 문장을 짧게 쓰는 것이야 누구나 할 수 있다. 수식어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가 되레 더 잘 쓸 수 있다.
그럼 글을 좀 써보게 되면 짧은 문장을 쓰는 것이 더 어렵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는 뭘까.
문장과 문장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문맥이 제대로 통하게 써야 하기 때문이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문맥을 이어주기 위해 접속어(그리고, 그러나, 하지만… 등)를 활용하면 된다. 문제는 모든 문장마다 접속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모든 문장마다 접속어를 넣는다는 것이 잘못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접속어가 많으면 되레 논점을 흐리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읽는 이로 하여금 문장이 난삽하게 이어진다는 느낌을 주기 십상이다.
접속어 사용에 관해서는 나중에 따로 살펴볼 기회가 있겠지만, 일단 여기서는 남용하지 말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점만을 강조하겠다.
음식 맛에 비유해서 설명해보자. 맛에는 흔히 단맛, 신맛, 짠맛, 신맛, 매운맛 등 다섯 가지 맛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음식을 맛있게 잘 하려면 이 다섯 가지 맛을 적절히 조화시켜 '담백한 맛'(나는 이 맛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이 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맛을 넘어서 '담백한 맛'을 내기란 쉽지 않다. 갖은 양념을 다 넣고 맛을 내보지만 영 아니다. 아무나 낼 수 있는 맛이 아니다. 고수만이 가능한 경지다. 고수는 각각의 맛을 내는 양념을 다 넣지 않고 한두 가지 맛의 황금비율로 담백한 맛을 낸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바느질한 자리가 없"는 선녀(仙女)의 옷처럼 "문장이 기교를 부린 흔적이 없어 극히 자연스러운 경지"의 천의무봉(天衣無縫)의 '담백한 문장'은 고수들의 몫으로 놔두자. 초보자인 우리는 기본에 충실한 문장을 쓰자.
그렇다면 메시지를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문장을 구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의미를 분산하지 말아야 한다. 의미를 분산하지 않으려면 두 개나 세 개보다 한 개를 전할 때 간단명료하다. 따라서 한 문장에 한 가지 주제만 담으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해진다.
"한 문장에 한 가지 주제만 넣어라(One sentence one topic)"고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한 문장에 한 가지 주제만 넣겠다고 굳은 다짐을 하고 문장을 쓰건만 쓰다보면 그것만이 절대 미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가령, "나는 시간이 없었다. 나는 밥을 허겁지겁 먹었다." 이런 두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
왜 허겁지겁 먹었는가. 그 원인은 '시간이 없어서'다. 그렇다면 이 두 문장은 몹시 바빴다는 의미가 행간에 숨어 있다. 그런데 단문을 병렬로 배치해서는 그 행간의 의미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시간이 없어 바빠 죽겠는데, '나는'이라는 주어를 두 번씩이나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 문장 역시 바쁘다는 것을 드러내게 구사는 것이 좋다. 이럴 땐 복문(두 가지 이상의 주제가 들어간 문장)을 구사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나는 시간이 없어서 밥을 허겁지겁 먹었다." 이렇게 원인을 앞에 두고 결과를 뒤에 두면 문장이 자연스럽게 구사될 뿐만 아니라 밥 먹을 '시간조차 없었음'이 서술어를 수식하는 형태가 되면서 의미가 보다 분명해진다.
따라서 '짧게 써야 하는 것'이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다. 가능하면 짧게 쓰는 것이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문장은 많이 써야 는다는 점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익히 알고 있을 터다. 짧은 문장 역시 많이 써보는 것만이 문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이 적용되는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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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려면? 한 문장에 한 가지 주제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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