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 삼영화학 명예회장의 의령 생가에 걸린 사진. 이 회장은 장학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3월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상했다.
김종훈
지난 2013년 5월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사무실 청소와 이종환 회장 집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A씨가 이 회장을 고소했다. 사기와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였다. A씨는 이 회장이 성관계를 제안하면서 전세금을 내주고,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자신의 초등학교 6학년 딸을 수차례 강제추행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사결과는 '혐의 없음'. A씨가 스스로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이다. 이후 A씨는 '사건을 크게 만들어 합의금을 많이 받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했고 딸에게도 거짓진술을 시켰다'고 증언했고, 이 때문에 무고죄로 벌금형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A씨가 고소를 제기할 때, 이 회장과 가깝게 지낸 B씨도 함께 이 회장을 고소했다. B씨는 자신의 지하수 개발 사업에 투자해줄 투자자를 찾는 과정에서 이 회장을 만났고, 2013년 2월 이 회장의 고향인 의령에서 투자를 전제로 성관계를 맺게 됐다고 주장했다.
B씨는 "당시 이 회장은 '내가 네게 투자를 하려면 내 사람이 돼야 한다' '내 부인 역할 정도는 해줘야 내가 너를 믿지 않겠냐'고 말했고, 고심했지만 이 회장의 말을 믿고 100억 원 상당의 투자를 약속받았다고 생각해 성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B씨는 또 "이 회장이 아파트 소유권을 비롯해 채무 등을 대신 갚아줄 것처럼 거짓말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해 (약속을 믿고) 들어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회장은 투자를 하지 않았다. '약속 이행'을 요구하던 B씨는 2013년 4월 이 회장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 회장을 사기와 상해로 고소했다.
검찰은 B씨의 고소에 대해서도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 남녀관계의 대가로 100억 투자를 약속하는 게 상식에 반하고, 투자를 약속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 ▲ B씨가 증거로 내놓은 공장 매입의향서가 조작된 흔적이 있는 점 ▲ 폭행이 일어난 당시 출동 경찰관 등의 진술이 B씨의 주장과는 다른 점 등이 불기소 이유였다.
또 하나 검찰이 주요하게 본 증거는 당시 91세로 연로한 이 회장에게 성기능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 회장은 '15년 전 이미 성기능을 상실했다'고 주장하며 의사의 진단서를 증거로 제출했고, 이는 A씨와 B씨의 사건 모두 이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인정됐다.
여기까지는 '부유한 기업인에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까지 덮어씌우려 한 가사도우미, 성관계를 빌미로 투자금을 뜯어내려 한 여성 중소기업인의 말로'로 보인다.
성관계 녹음 증거로 다시 제기된 고소와 맞고소하지만 B씨는 최근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며 이 회장을 다시 고소했다. 증거는 지난 2016년 12월 4일, 이 회장과 B씨가 성관계를 하면서 나눈 대화 녹음 내용이다.
여기에는 이종환 회장이 2013년 2월 B씨와 처음 성관계 할 당시를 회상하면서 약물 도움 없이도 성관계가 가능했다고 스스로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 회장은 또 B씨에 '여보'라는 호칭을 썼고, B씨가 자신의 소유라는 걸 반복해서 확인했다.
2013년 1차 고소 때 이 회장 측이 '15년 전에 남성기능을 상실했다'고 주장한 데에 반박 증거가 제시된 것이다. B씨는 지난 5월 이 회장에게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와 이 회장을 거짓 증거로 수사를 방해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B씨가 이 같은 녹음을 남길 수 있었던 건, 2013년 11월 이 회장에 대한 고소가 '혐의 없음'으로 결론난 뒤에도 두 사람의 관계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B씨는 2015년 9월 초 "이 회장이 다시 자기한테 잘하면 투자 약속을 지키겠다고 접근해 왔다"며 이를 계기로 관계가 다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 회장과 해외 여행을 가거나 주기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관계가 회복되면서 B씨는 '물 사업 100억 투자'를 기대했지만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B씨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에 지난 4월 30일 이 회장에게 지금까지 미뤄온 투자 약속을 이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모욕 그리고 폭행이었다고 B씨는 주장한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30일 제주시 B씨의 집 인근에서 B씨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주먹으로 가슴 부근을 구타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회장 역시 B씨를 폭행·감금·강요·공갈미수·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