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는 하나로 가동 논의 서두르고, 연구원은 사실 왜곡

대전시-원자력연구원 손발 맞췄나?

등록 2017.10.28 14:52수정 2017.10.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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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세종충남북 지역 지역주민 및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는 지난 9월 27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대책 마련 없는 하나로원자로의 재가동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전세종충남북 지역 지역주민 및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는 지난 9월 27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대책 마련 없는 하나로원자로의 재가동을 반대한다"고 밝혔다.장재완

대전시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의 재가동 여부와 관련 시민들의 의견보다는 원자력연구원 등 원자력 시설 관련 기관의 입장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로를 재가동 하기 위해 시민검증단의 의견을 왜곡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김용환·이하 원안위)는 지난 27일 회의에 '하나로 내진검사 결과보고 및 향후 계획' 안건을 상정했다. 지난 2014년 가동을 멈춘 하나로 원자로에 대한 재가동 여부도 다뤄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전의 상황과 안건 미성립 등을 이유로 재가동 여부에 대한 논의를 유보했다.

이와 관련 대전시가 원자력연구원 등 원자력 시설 관련 기관의 입장을 고려한 쏠림 행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전시, 하나로 원자로 재가동 여부 안건 왜 서둘러 상정했나?

앞서 환경 및 주민단체로 구성된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이하 30km연대)'는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안전대책이 마련되기까지는 하나로 원자로의 재가동을 반대한다"고 밝혀 왔다. 이들은 특히 "삼중수소 대책 없이 하나로 재가동은 절대 불가하다"며 하나로원자로에서 배출되고 있는 '기체성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반면 대전시는 지난달 19일 시민검증단 회의를 소집해 하나로 재가동 여부를 결정해 달라는 안건을 상정했다. 지역 주민들이 재가동 반대 목소리를 내는 때에 대전시가 역으로 원자로 재가동 여부를 안건으로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시민검증단'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이 재가동 반대를 요구하던 때에 대전시가 갑자기 원자로 재가동 여부를 안건으로 회의를 소집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시민검증단'은 지난 3월 말 대전시가 원자력시설에 대한 시민안전을 높이기 위해 안전에 대한 검증을 하기 위해 구성했다. 모두 27명으로 주민대표, 시민단체, 전문가, 시구의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원안위에 보낸 공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원안위에 보낸 공문 심규상

관련 자료를 보면 '시민검증단'은 이날 회의에서 "재가동 동의여부는 검증단의 권한 밖의 일"이라면서도 "검증 결과 내진보강공사에 대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진동대 실험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어 "하나로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삼중수소와 크립톤의 저감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하나로 원자로의 가동 정지 직전 3년간 평균 삼중수소 배출량은 5조2천억 베크렐로로 이는 부산의 고리원전과 영광의 한빛원전, 울진의 한울원전 1기당 삼중수소 배출량보다 2~3배 많은 양이다. 아무런 포집장치 없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회의 하루 만인 지난달 20일 시민검증단 회의 결과를 과기부와 원안위, 원자력연구원에 각각 발송했다. 이날 회의결과는 원안위가 원자로 재가동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여러 자료 중 하나로 포함됐다.

대전시가 원자력연구원과 원안위가 원자로 재가동 안건 상정 등 절차 이행을 돕는 도우미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원안위 관계자는 27일 회의에서 위원들이 대전시로부터 공문을 받게 된 경위를 묻자 "대전시에 공문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 대전시가 보내온 것"이라며 "앞으로는 대전시에서 오는 공문을 참고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지난달 회의 소집 당시 연구원 측에서 '연구원 의견을 고려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면서도 "의도적으로 어떤 한 쪽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회의 소집과 회의 결과 발송을 서두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시 입장에서 보면 원자력연구원도 하나의 기관이면서 대전시민"이라며 "하지만 대전시는 시민검증단에서 나온 얘기를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원자력연구원 "추가 시험 꼭 필요" → "실험은 부가적으로 하는 것" 왜곡

원자력연구원은 시민검증단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달 말 원안위에 제출한 공문에서 "시민검증단으로 부터 내진보강공사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통보받았다"고 회신했다. 이어 "(시민검증단이 요구한) 진동대 실험은 시민 안전 차원에서 부가적으로 수행되는 실험으로 시험시기와 방법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전시로부터 받은 공문 중 시민검증단의 "아직까지는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추가 검증을 위해 진동대 실험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통보받았다"고 곡해해 보고한 것이다. 또 "진동대 실험은 부가적으로 하는 것"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첨가하기도 했다.

시민검증단 관계자는 "검증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실험을 부가 서비스 정도로 왜곡한 것은 의도적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원자력연구원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원안위 또한 이날 회의 자료에 진동대 시험과 삼중수소, 크립톤 대책에 대한 시민검증단 의견을 무시하고 '대전시로부터 내진보강공사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통보 받았다'는 내용만을 반영했다.

'안전 없는 연구는 안 된다' 는 주민 의견에 '손해 크다'며 재가동 촉구

 대전 하나로 원자로 사고일지
대전 하나로 원자로 사고일지오마이뉴스 고정미

앞서 원안위는 지난 4월 말 하나로 원자로를 운영해온 원자력연구원에 대해 38건의 관련법을 위반한 혐의로 형사 고발과 함께 약 20억 원에 이르는 과징금과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은 지난 2011년 5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사용한 장갑·비닐 등을 한 달에 20ℓ씩 일반쓰레기로 버렸다. 모두 약 1000ℓ에 이르는 양이다. 또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제염하는 과정에 나온 물은 빗물 관으로 흘려보냈다. 작업복과 이를 세탁한 물도 무단으로 배출했다. 작업 시 이용한 장갑을 무단으로 태웠고, 폐기물 소각 시설의 배기가스 감시기 측정기록을 조작했다. 방사성 폐기물 등 109t가량을 허가 없이 녹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안전 없는 연구는 안 된다'며 안전조치를 요구하는 반면 원자력연구원 등에서는 하나로 가동 중단으로 산업계·과학계·의료계 등에 끼친 피해가 크다며 재가동을 요구하고 있다.(관련 기사: 방사능 유출 역사 살펴보니.. 대전시민이 위험하다)
#대전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위원회 #하나로 언자로 #내진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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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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