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성산성 외남문인 보국문을 거쳐 충용문으로 올라가고 있는 산객들.
김연옥
보국문 문루에 대충 걸터앉아 올려다본 충용문은 새로운 풍경에 대한 설렘을 안겨 주고, 키 큰 나무 아래 쉬고 있는 산객들의 모습 또한 한가한 풍경이 되어 푸근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렇게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즐거움에 폭 빠져 있었다.
얼마 후 하나둘 산객들이 내남문에 해당하는 충용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어 나도 발걸음을 서둘렀다. 충용문으로 들어가 가을이 눈부시게 내려앉은 보국문 풍경을 내려다보니 행복했다. 반짝반짝 부서져 내리는 햇살에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 같은 단풍잎들이 참 이뻤다.
금성산성은 연대봉, 시루봉, 노적봉, 철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따라 내성과 외성으로 성벽을 쌓았다. 축조 시기는 적어도 고려 말 이전으로 추정되며 성곽 길이는 7,345m로 외성이 6,486m이고 내성은 859m이다. 내성에는 동헌, 대장청, 내아 등 관청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한다. 금성산성 내 병사 및 건물 관리, 성곽 보수 등을 총괄하는 별장(別將)이었던 국문영의 공덕비가 남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동문터로 가는 길에서는 마치 가을 속으로 하염없이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에 폭신폭신한 낙엽이 깔린 평탄한 숲길이 한참 이어졌다. 동문이 있던 자리에는 아주 화사한 빨간 단풍나무가 서 있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