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이 불안정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 10%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2~3년간 반짝 상승했다가 지금껏 10%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7.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고,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낮다(2015년 기준). 한편 단체협약 적용률¹⁾도 13% 정도로, OECD 평균 55%에 한참 못 미치는 최하위권이다.
이러한 통계는,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활동할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임에도 대다수 노동자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노동조합이 무엇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한국의 현실을 반영한다. 노동조합을 내 삶과는 별개로 생각하며 사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심지어는 적대감마저 조성된다. 정말 한국 노동자의 90%는 노동조합이 필요 없는 것일까?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자본주의사회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는, 의무는 넘쳐나지만 권한이 없고 매우 협소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또한, 노동자는 노동력만 따로 떼어내 팔 수 없기에 불가피하게 인격을 동반한 노동에 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주 또는 사용자의 선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최대한의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경제 환경에서 사업주의 선의를 기대하기는 좀처럼 어렵다.
요즘 들어 부쩍 회자되는 '갑질'은 원초적으로 임금노동의 노사관계에서 비롯된다. 노동자에게 최고의 '갑'은 사업주를 위시한 사용자이다. 그래서 보호법률이 있음에도 다치거나 죽을 것을 예감하면서 일하고, 집에 가고 싶어도 퇴근을 못한다. 임금이 체납돼도 면전에서 대들지(?) 못하고, 심지어 성희롱을 당해도 참는다. 이른바 '사용종속 관계'는 이토록 서글프다. 이렇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일이 일터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너무도 간명하다. 기본적 인격의 보장도 사업주의 선의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개별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헌법과 실정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노동조합 조직은 불가피하게 동료들 그리고 사업주와의 관계를 재편해야 하는 불편과 수고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주와의 불편한 관계는 종종 '각오'가 요구된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지배권력이 노동조합에 대한 편견을 교육했고, 지금도 그 영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유연화 전략으로 인해 노동자는 고용을 위협받으며 더욱 개별화됐고, 다단계 하청구조가 확대됐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커졌으나 기업 단위의 노조 설립은 현실적으로 더욱 어렵게 됐다. 제도적으로는 산업별 교섭과 협약 확대를 강제하지 않아서, 산별노조가 있어도 산별 규범을 형성할 수 없게 돼있다.²⁾
또한, 노동자성을 인정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가 증가했지만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제도가 노동조합 조직을 가로막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4개 핵심협약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이 아직도 비준되지 않은 점을 보더라도, 한국 노동자의 단결권과 노동권이 어디쯤 서 있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