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동료 모습
오문수
욕지도 인근에서는 고기가 많이 잡혔다. 겨울에서 봄을 잇는 계절에는 도다리, 감성돔, 참돔, 가자미, 가오리, 쑤기미, 낭태. 여름 가을에는 고등어, 전갱이, 삼치, 갈치가 주로 잡혔다. 계절과 관계없이 온 바다에는 멸치 떼가 장관을 이뤄 철마다 전국 어선들이 선단을 이뤄 이곳으로 몰려왔다. 잡은 물고기가 너무 많아 다 처리하지 못해 바다에 버리기도 했다.
어업이 성시를 이루자 경제도 활성화됐다. 좌부랑개 어업조합에서 동촌까지 400m 해안가에서는 나무를 팔기도 하고 삶은 고구마, 호박, 남새 등 물물교환이 이뤄지기도 했다.
천혜의 양항과 엄청난 어획량. 마산, 통영, 부산 같은 도시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은 욕지도를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화된 어촌으로 변모시켰다. 욕지도에서는 연중 파시가 열렸다.
파시를 통해 교환된 물고기는 수집상에게 넘기기도 하고 간독에 염장했다. 일제 패망 후에도 계속되던 파시는 고등어가 고갈되고 1970년대 삼치 파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근대어촌 발상지 좌부랑개라는 푯말이 붙어있는 골목에 들어가니 제명수( 86세) 할머니가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간독이 있는디"라는 말을 해 "간독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자 필자를 데리고 갔다.
골목길 옆에는 '간독'이란 팻말과 안내문이 씌어있고 할머니가 실물모형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간독'은 사방 3m쯤 되는 넓이에 어른 키만 한 깊이다. 수건을 둘러쓴 아주머니들이 고등어에 소금을 뿌려 염장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