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여고 학생들이 22일 오후 2시 수능 예비소집을 위해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조정훈
포항 지진으로 일주일 미뤄졌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포항 지역 고등학교에서도 22일 오후 수험생들에게 수험표를 나눠주고 지진에 대비하는 요령을 숙지하는 등 예비소집을 진행했다.
당초 수능 시험장으로 예정됐던 포항여고 학생들은 이날 오후 2시 학교 운동장에 모여 예비소집을 진행했다. 포항여고 수험생들은 포항이동중학교로 옮겨 시험을 치른다. 교복을 입고 나온 학생들은 일주일 동안 지진 때문에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었다며 아쉬운 심정을 표했다. 학생을 따라온 부모는 두 손을 모으고 걱정스러운 듯 지켜봤다.
김민(포항여고 3년) 학생은 "많이 불안하고 원래 실력이 나올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 "지진이 나고 일주일 동안 불안감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져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에서 공부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속상해했다.
한현아(포항여고 3년) 학생도 "독서실에서 공부했는데 계속 여진이 발생하니까 두려워 여러 번 밖으로 뒤쳐나왔다"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언니들과 함께 위로하면서 버텨냈는데 수능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또 "인터넷에서 포항 지역 수험생들을 비난하는 글을 볼 때마다 같은 수험생으로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면서도 "좀더 넓은 마음으로 우리들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조그만 떨림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험생을 따라온 학부모 하아무개씨는 "또 시험이 지연될까 걱정이 되고 초조한 시간을 보냈다"면서 "일주일 동안 수능 준비에, 지진 공포에 시달리다 보니 학부모로서 마음도 아프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씨는 이어 "약간 흔들림이 있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시험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며 "외부에서 우리 아이들을 비난하는 글들을 많이 봤는데 직접 우리 아이들을 봤다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하루 남았으니 함께 보듬어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