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유해와 함께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증명하는 탄피(M1소총)가 함께 드러났다.
심규상
"이거 탄피 아녀?"대전산내유족회 한 유족이 검은 흙더미 속에서 푸르스름한 쇠붙이를 들어 보였다. 1950년 당시 군인과 경찰이 사용하던 M1 소총 탄피였다. 호미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주변을 더듬듯 헤집었다. 불과 80cm 땅 아래에서 사람의 뼈가 드러났다.
삭아 부서진 두개골 파편, 정강이, 빗장뼈 수백여 편의 유해가 쌓였다. 또 다른 탄피와 2열 흰색 단추도 나왔다. 가해자가 군인과 경찰이고, 희생자가 민간인임을 뒷받침하는 물증이었다.
대전산내학살희생자유족회(회장 김종현)와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 조사단'(발굴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 아래 공동조사단)은 27일과 28일 대전 산내 골령골 현장에서 유해의 존재 여부와 분포를 확인하기 위한 시굴조사를 벌였다.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는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례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을 대상으로 대량 학살(1차 : 6.28~30, 1400명 / 2차 : 7.3~5, 1800명 / 3차 : 7.6~7.17, 1700~3700명)이 벌어졌다.
당시 가해자들은 충남지구 CIC,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이었고, 그들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가 자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