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통합과 연대, 탐색 들어간 안철수·유승민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쪽)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조찬세미나에서 만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남소연
이래저래 안 대표가 '독불장군'식으로 통합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웠을 터다. 호남 민심은 물론이고 호남 중진 의원들의 당내 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게다가 안 대표가 당내 반발을 무시하고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당이 쪼개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극한의 상황이었다. 통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안 대표가 한발 물러서서 정책연대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와 같은 당내 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통합 반대파 역시 안 대표에 무작정 반기를 들 수 없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내에서 안 대표가 갖는 상징성이 여전히 절대적인 데다가, 통합으로 인한 내부 갈등을 집단 탈당이나 분당으로 연계시킬 동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통합 움직임에 대항하기 위한 평화개혁연대의 발족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도 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천 의원은 지난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끝장 토론 뒤 20명 이상의 현역 의원이 참여해 모임을 발족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평화개혁연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세부 일정은커녕 명단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가 통합 행보를 잠시 유보하고 정책연대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로 당 안팎의 피로감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호남 중진 의원들을 상대로 극단적인 '치킨게임'을 펼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원외지역위원장 간담회 결과 통합 찬성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나고, 당원을 상대로 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 역시 통합 찬성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며 반대파 설득에 나서겠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다당제'와 '중도보수 통합'이라는 화두를 앞세워 통합 움직임을 본격화하려 하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초점이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져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의 국면으로 지방선거를 치르게 되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국민의당으로서는 어떻게든 정치 지형에 모종의 변화를 만들어 내야만 하는 입장이다. 그런 면에서 안 대표에게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선택지가 없는 사실상의 '외길'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안 대표의 통합 의지가 노골화되면서 그 진의가 의심받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파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궁극적으로 자유한국당까지 끌어안는 3당 합당의 재판이 될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통합파와 반대파의 대결이 정치철학과 노선, 지지기반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안 대표의 전략 수정은 이와 같은 당내 현실이 반영된 결과일 터다. 때맞춰 중도보수 통합의 한축인 바른정당도 안 대표의 구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승민 대표가 2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희망도 변화도 없는 한국당과의 통합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도리를 친 것. 동병상련을 앓고 있는 셈이니, 누구보다 서로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을 터. 한국당이 문을 걸어 잠근 상황에서 국민의당과의 연대 및 통합에 힘을 쏟겠다는 취지다.
무리한 통합 행보로 당내 갈등과 분열의 중심에 서 있던 안 대표가 조금 멀리 보기 시작했다. 정책 연대를 통해 상호 신뢰를 쌓고, 그를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본격적인 선거 연대와 통합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내부적으로도 극단적인 대결을 펼치기보다 논의와 설득의 과정을 통해 공통분모를 찾아나가겠다는 의미다. 반대파들도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나 선거연대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니 명분도 있다.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의 변신은 주목할 만하다. '선 실리, 후 타개' 전략을 들고 나온 안 대표의 통합 구상이 어떻게 결말이 나게 될지 흥미롭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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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실리, 후 타개' 안철수의 변신이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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