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1일 절을 하고 있는 박문진씨 옆으로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가 탄 차량이 지나치고 있다. (뉴스민 자료사진)
뉴스민
박씨는 "대선 하루 전날 3천 배를 끝내고, 그 여자가 당선됐을 때 저와 간부들이 굉장히 상심이 컸다. 많이 울기도 했다. 박근혜는 항상 차를 타고 들어가고, 차를 타고 나왔다"며 "제가 매일 3천배를 한 장소에 나와서 그 여자와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걸 보면서 굉장히 상심이 컸다"고 말했다.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병원은 교섭을 통해 해고 문제를 이야기하자는 입장을 전해왔다. 지역 시민단체들로 꾸려진 대책위도 제안을 받아들여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대화를 요구하는 사측에 응하고 4년이 흘렀다.
박문진씨는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고 시간을 보낸 게 벌써 4년이 됐다. 너무 시간이 길었다. 사측의 유동적인 이야기에 너무 무방비 상태로 있었다는 걸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현장으로부터 점점 잊혀가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노조가 무너진 후 현장도 달라졌다. 생리휴가가 없어지고, 2년 동안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만성적인 연장근무로 노동강도는 더 악화됐다.
송영숙씨는 "대구지역만 보면 대학병원 중에 간호사 임금 수준이 꼴찌다. 연 100명이 그만두고 나간다. 이번에 성심병원 장기자랑 문제가 불거졌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지 임신 순번, 사표 순번, '태움' 문화는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박문진씨도 "가장 중요한 건 현장 조합원들이 예전에 스스로 탈퇴했던 자책감도 있고, 굉장히 주눅이 들어있다. 노조가 깨지면서 현장 분위기도 많이 깨진 게 가장 마음이 아프다"며 "해고된 노동자로서 당연히 원직으로 복귀하려는 욕심이 있다. 저희가 원직 복직하는 것은 현장에 주눅 들었던 마음을 다시 세우고, 노동조합을 정상화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박근혜 정부 하야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도 그때가 누구보다 기뻤다. 매주 열리는 촛불집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박근혜 측근들로 이루어진 영남학원의 적폐와 영남대병원 문제를 알리고 싶었다.
박씨는 "작년에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갔었는데, 촛불집회 소식을 듣고 한 달 일찍 들어왔다. 이 여자를 끌어 내리는 데 내가 꼭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영남학원이 마지막 남은 적폐다. 이제 영남학원도 박근혜의 손에서 시민의 손으로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병원과 교섭을 이어가고, 병원 내 로비 피켓팅 등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영남대병원 노동조합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대구 시내 일대에 영남대병원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영남대병원장, 영남대 총장 등에게 면담도 요청할 계획이다.
송영숙씨는 "매주 노동조합 소식지를 나누고, 조합원과 비조합원 구분 없이 만나고 있다. 한 주라도 소식지가 안 나오면 궁금해하신다"며 "앞으로 노동조합 활동도 다를 바 없이 간다. 5주 전부터는 로비에서 피켓팅도 시작하고, 범시민대책위도 나섰으니 병원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남학원. 영남대학교와 영남대병원이 대구지역 마지막 적폐잖아요. 누군가 깃발을 들고 파열음을 내야 한다면, 우리가 그 출발이 됐으면 해요." -박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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