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논문법'은 뭐가 다를까?

[서평] 비법부터 꼼수같은 노하우까지 <스님의 논문법>

등록 2017.12.13 08:18수정 2017.12.1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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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과정 대학원생부터 정년을 앞둔 노교수까지, 우리나라에서 논문을 써야만 하는 대상자는 연간 족히 수천에서 수만 명쯤은 될 것입니다. 논문을 써야하는 사람들 중에는 별 부담 없이 잘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주 부담스러워 하며 무척 어렵게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년에 여러 편의 논문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 겨우 주어진 분량을 채우기에도 버거워하는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논문 중에는 노벨상을 수상하게 해주는 훌륭한 논문도 있지만 표절 시비에 휘말리다 결국 학위까지 취소당하게 하는 논문도 있습니다.


논문을 써야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한 가지 기술이나 능력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별다른 주저함 없이 논문을 잘 쓰는 기술, 논문을 많이 쓸 수 있는 능력을 선택하지 않을까 어림됩니다.

까발리고 털어 놓는 노하우 <스님의 논문법>

 <스님의 논문법> / 지은이 자현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7년 12월 8일 / 값 15,000원
<스님의 논문법> / 지은이 자현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7년 12월 8일 / 값 15,000원불광출판사
<스님의 논문법>(지은이 자현,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박사학위가 무려 4개나 되고, 우리나라 인문학자 중 학진 등재지에 매년 가장 많은 논문을 발표하는 스님, '논문의 신'으로 불리고 있는 저자가 논문 쓰기의 기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박사학위가 4개나 된다고 하면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외국에 있는 어떤 대학명의로 된 학위가 아닐까하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저자가 박사학위를 수여한 대학은 고려대, 성균관대, 동국대 등 국내 유수의 일반대학원입니다.

저자는 중앙승가대 불교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스님입니다. 저자는 1년에 14~15편의 논문을 쓰며, 학진 등재지에 수록된 논문 수만 해도 무려 140여 편이나 됩니다.


논문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논문 편수를 나타내는 140이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비중)가 별로 대수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논문을 써봤거나, 써야할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140여 편이라는 논문 수가 얼마나 엄청난 것이라는 걸 충분히 실감할 거라 생각됩니다.

논문쓰기는 보편적으로 석사과정 대학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학위과정에 써야 하는 논문은 혼자 쓰는 게 아니고 지도교수로부터 지도를 받으며 쓰게 됩니다. 따라서 논문쓰기는 지도교수와의 관계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책에서는 얽힐 수밖에 없는 지도교수, 좋은 지도교수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힌트 같은 정보에서 부터 제공합니다.


교수라고 해서 다 같은 교수는 아니다. 어떤 교수는 학계에서 인정받는가 하면 어떤 교수는 학과에조차 부담을 주기도 한다. 지도교수 선정에는 이와 같은 주변의 여건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즉 지도교수 위촉에는 나와의 관계 이외에도 다양한 측면들을 검토해야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스님의 논문법> 100쪽-

교수들은 자존심이 강하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발전을 위해서 객관적으로 능력 있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보다는 이미 안면이 있는 편안한 사람이거나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선호한다. 아무래도 강력한 실력자가 들어오면 비교가 되면서 기존의 안정적인 판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스님의 논문법> 119쪽-

언뜻 교수세계의 이면을 까발리는 내부고발 같은 내용입니다. 현직 교수이기에 알 수 있는 교수세계의 민낯에서부터 논문을 쓰는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는 잔꾀 같은 정보까지를 경험으로 터득한 기술로 낱낱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아무리 박사논문을 가지고 재가공해서 석사논문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선행연구 정리만큼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특정 박사논문을 가지고 작업하게 되면, 선행연구 역시 이 박사논문의 체계와 자료를 거의 그대로 옮겨오고 여기에 부족한 것을 보충해주면 끝난다. -<스님의 논문법> 248쪽-

논문쓰기를 주제로 하고 있는 정보는 많습니다. 출판된 책도 많고, 대학에서 강좌로 개설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껏 소개된 내용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너무나 교과서적인 내용들입니다. 이론에 중심을 둔 문법책을 보는 듯합니다.

현장감 있는 기술, 실전적 노하우

저자가 <스님의 논문법>을 통해 전해 주는 기술은 실전적입니다. 논문을 잘 쓰는 사람들이 쉬 밝히지 않는 노하우, 민낯이다 싶을 만큼 은밀한 내용까지도 다 까발렸습니다. 꼼수라고 손가락질을 당할 수도 있는 기술(?)부터 성패를 가늠할 법한 '신의 한 수' 같은 비법까지를 두루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현직 교수입니다. 동료교수들로부터 질시를 당하지 않을까가 걱정될 만큼 교수들 세계를 신랄하게 밝히는 것이 논문법에 단초가 됩니다. 저자는 스님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논문법은 결코 불교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논문을 써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피가 될 만한 정보, 살이 될 만한 노하우들입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필자가 읽은 백여 권의 책 중 누군가에게, 특히 대학원 진학을 앞둔 학생, 논문을 써야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딱 한 권만을 추천하라고 하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소개할 거라 확신합니다.

좋은 논문을 많이 쓰는데 꼭 필요한 꼼수 같은 기술, 비법 같은 노하우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맞춤식 같은 기술, 눈높이 같은 답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스님의 논문법> / 지은이 자현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7년 12월 8일 / 값 15,000원

스님의 논문법 - '논문의 신' 자현 스님이 대놓고 알려주는 논문 쓰기의 기술

자현 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2017


#스님의 논문법 #자현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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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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