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에서부터 통합까지

에모리대에서 열린 통일강연 및 다큐상영회 소식

등록 2017.12.12 16:57수정 2017.12.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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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일요일 저녁 7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소재 에모리 대학에서 통일과 통합이라는 주제의 특별행사가 열렸다. 아주대 통일연구소의 조정훈 소장과 이경은 특별연구원이 초대된 이 행사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손자 김종대씨의 사회로 열렸으며, 강연과  다큐멘터리 <9 at 38> 상영, 관객들과의 대화 순서로 진행되었다.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n Movement)과 동아시아 학생단체(East Asia Collective)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에모리대학 동아시아 및 한국학 학과(East Asian Studies and Korea Studies programs)의 후원으로 성사되었다.

남과 북, 북미 간의 긴장이 높은 시기에 남북 통일 문제는 남과 북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인의 관심사가 되었다. 다양한 배경의 젊은 세대들이 통일과 통합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고, 디아스포라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행사였다.

우리 세대의 화두로 삼아야 할 통일과 사회통합

'사회통합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한 조정훈 소장은 통일비용과 분단비용 모두 사회가 붕괴될 수 있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현재 3만여 명이 넘는 탈북자들과의 사회통합도 어려운데, 통일이 될 경우 더 많은 난민들이 넘어올 수 있고, 이 경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분단 상황이 낳는 고비용은 더 이상 부담하기도 어려울 정도이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상태라며 지금 우리는 무엇인가를 해야하며, 통일이 많은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통일을 차세대들의 비전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을 넘어선 통합의 관점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할 때 통일문제를 남북에만 한정지을 수 없다는 조 소장은 디아스포라들의 다양한 사회적 통합의 경험들을 통해 통일과 통합을 배워야 한다고 보았다. 또 독일통일에서 교회와 학교가 사회통합의 역할을 했다는 그는 통일 절차는 독일통일과 역순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통일은 정치적 통일 후 경제적 통일, 사회 통합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남과 북은 사회통합, 경제적 통합을 먼저 이루고 정치적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소장은 빈부격차로 인한 계층간의 단절, 부모와 자식 세대간의 단절,  남북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서 남한 사회의 통합, 남북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론 시간에 에모리대 학생 등 참가자들은 다민족 학생들과 전세계에 흩어져 사는 디아스포라들의 역할에 대해 묻는 등 시종일관 진지했고, 행사시간을 넘기면서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베트남에서 유학 온 한 학생은 베트남 통일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말했으며, 학생들은 분단비용과 통일비용이 크지만, 통일은 세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임을 공감했다.

에모리대에서 열린 통일 특강 참가자들  맨 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조정훈 소장, 이경은 다큐감독, 김종대 리제너레이션 무브먼트 대표
에모리대에서 열린 통일 특강 참가자들 맨 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조정훈 소장, 이경은 다큐감독, 김종대 리제너레이션 무브먼트 대표 전희경

<9 at 38> 다큐상영회


다큐멘터리 감독인 이경은씨는 <9 at 38> 다큐를 만들게 된 이유와 한 망명가족의 아픔을 보여준 다큐 장면 등 감독 자신이 통일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 등을 이야기했다. 

영화는 7년째 하나의 꿈을 이루려는 바이올린 연주자 원형준씨 이야기를 다룬다. 원형준씨의 꿈은 남한의 오케스트라단과 북한의 합창단원들이 판문점에 모여서 같이 공연을 하는 것이다. 영화제목 <9 at 38>은 38선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는 의미이다. 교향곡 9번은 인류 동포애와 자유를 칭송한다.


"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신비로운 그대의 힘으로 다시 결합시킨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는 곳에" - (베토벤 교향곡 9번)


38선은 강대국들 사이의 냉전에 의해 임의로 그어진 선이며, 한국인들은 분단을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60여 년간 분단 상태로 살고 있다는 것, 이 분단이 만들어내는 많은 장벽과 이 장벽을 극복하면서 공연을 하고자하는 원형준씨의 삶을 이야기 한다. 유엔군 사령부와 남북한 정부의 협조를 얻어 공연을 성사시키고자하나 관계자들은 선례가 없다며 비협조로 일관한다. 이 영화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도전하기 두려워 포기했던 어떤 꿈과 도전에 대해 영감을 준다.

다민족 학생들과 한인 디아스포라 차세대가 책임있는 세계시민으로서 통일과 사회통합에 노력하자는 김종대씨
다민족 학생들과 한인 디아스포라차세대가 책임있는 세계시민으로서 통일과 사회통합에 노력하자는 김종대씨 전희경

사회의 통합은 어떻게 하면 잘 될까?

사회자 김종대씨는 사회통합방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통합이란 결국 핵심적으로는 '관계성'인 것 같다. 그래서 남한 사회의 통합이나 미국 사회의 통합도 풀뿌리(grassroots) 또는 개인적인 단계에서부터 나와 다른 이들을 존중하고 소통하며 관계성을 쌓아갈 때,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운동(movement)이 되어 사회적으로 번져갈 때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리제너레이션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관계 맺기(relate)' 이다.

통합이 안되는 이유 중 하나가 결국 나와 다른 이들을 잘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관계나 소통이 단절되니 오해와 불신과 선입견이 쌓이게 되고 쌓이다보면 그게 분열로 이어지는 것 같다.

우리가 비록 같은 의견에 동의를 못할지라도 최소한 상대를 이해를 하려는 노력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어른분들을 동의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할까 생각해 볼 수 있고 이해해보려 시도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음은 조정훈 아주대 통일연구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조정훈 아주대 통일연구소장
조정훈 아주대 통일연구소장 전희경

- 조 소장은 남북간 통일의 순서가 독일과는 역순으로 사회통합 먼저한 후에 경제통일, 정치통일로 가자고 한다. 통일을 넘어선 통합의 관점이라는 것이 통합을 먼저하고 통일로 가자는 의미인가?
"통합은 대한민국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와도 그 기회를 내것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가 없으면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다. 또한 통합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갈등과 분열의 모습을 극복하기 위한 시대적 요구라고도 볼 수 있다. 지역적 갈등이 봉합되기도 전에 빈부의 갈등,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 세대간의 갈등 또 최근에 불거진 성별 간의 갈등 등은 우리사회의 건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노력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으며 또 통일을 위한 가장 본질적인 준비이다."

- 독일은 통일 후 사회통합은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는데, 남북간 통일을 사회통합 우선으로 놓으면, 통일이 되려면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리겠다. 현재처럼 소통도 안되고 난민문제, 경제격차도 심각한 상황에서 통일은 불가능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줄 수 있을 듯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떻게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
"그러한 현실을 뒤집어 보면 왜 사회통합이 통일의 기초체력이고 가장 절실한 문제인지 알 수 있다. 소통, 난민, 경제적 격차에서 가져오는 갈등과 분열을 그대로 둔 채 정치적 체제의 통일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 그 자체가 될 것이다. 또 그러한 통합이 어렵고 멀게만 보이는 이유는 우리 사회 안에 존재하는 갈등도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 안에 존재하는 갈등의 요소를 통합해 나가는 훈련과 경험은 통일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겸험과 실험이 될 것이다."

- 분단비용이 통일비용보다 규모가 크고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 (분단비용 > 통일비용)라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분단비용은 경제적 비용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내재한 정서적 심리적 불안감 그리고 지리적 단절로 오는 사회적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다."

- 디아스포라와 차세대의 역할로서 사회통합을 위한 소통을 많이 하는 것, 통일을 비전으로 삼고 통일인식을 제고하고 통일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자는 것으로 보는가?
"디아스포라와 차세대가 가진 공통점은 우리 사회의 주류가 아니라는 데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이 두 그룹이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존의 이해관계에 직접 얽혀있으면서 사회통합을 주장하기 보다는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자리에서 사회통합을 위한 새로운 목소리와 노력, 특히 한반도에 갇히지 않고 글로벌 경험을 한국에 적절히 제공하는 디아스포라들의 역할은 우리 사회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6.15정신은 상호체제 존중이다. 사회통합에서 이 정신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나의 체제와 사상이 배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것으로 보면 되는가?
"우리 사회가 오늘날 사용하는 '탈북민 정착'이라는 표현에는 우리는 중심이고 주인이며 탈북민은 변두리이고 손님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것은 통합의 원칙이 아니다. 또 이런 마음으로는 3만 탈북인 더 나아가서 2700만 북한주민을 품어낼 수 없다. 통합은 주인과 손님 구도를 동등구조로 바꾼다. 통합은 나와 상대방을 동등하게 보며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존재라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파랑과 빨강이 만나면 보라색이 나오듯이 통합은 내것을 무조건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만들어 낸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아주대 통일연구소는 통일을 만들어 내는 집이다. 그 집에서 한국사회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통일을 만드는 일꾼들을 모으고 연결하고 또 같이 훈련할 계획이다. 우리 민족에게 마지막 남은 기회인 통일을 아수라장이 아니라 축복으로 만들기 위해 그 시간이 오기 전에 한 명이라도 더 통일을 위해 준비된 일꾼으로 만들어 가는 게 목표이다.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느낀다. 또 이러한 마음을 가진 이들을 곳곳에서 만나고 있다. 통일을 꿈꾸며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큰 물결을 이루어 통일의 업을 담당하는 날이 오는 것을 보는 게 가장 흥분된 계획이다."
#조정훈 #김종대 #이경은 #통일 #사회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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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이코노미스트, 통계학자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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