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해변 솔밭해오름의 고장 양양군엔 명품 소나무들이 많다. 고속도로를 건설하며 많은 소나무들이 도시로 팔려나갔는데 그만큼 양양군의 소나무들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증거다. 사진의 송림은 지난 2005년 양양산불 당시 화마가 일순간 스쳐지나가기는 했어도 온전히 보존된 낙산해변에 있는 대규모 솔밭이다. 아시안 하이웨이로 불리는 7번국도 옆에 위치하고 있어 무심히 지나치는 이들이 많으나 이곳은 작품사진을 남기려는 이들도 4계절 많이 찾는다.
정덕수
삼백 예순 다섯 날 가운데 어느 하루인들 좋은 마음으로 특별하게 맞이하지 않을 아침이 있겠느냐만 그래도 한 해를 배웅하고 맞이하는 세날 새 아침엔 각별하게 더 많은 희망들을 얹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구현하기 위해 어제 보다 오늘이 더 활기차고 할 수 있는 일이 많기를 바라며, 그 일들을 온전히 완결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겨울 그런 마음으로 함께 힘들을 모으기를 소원했다. 권력을 비판하는 글이 많아서 그런지 사람들에 내게 "정치를 할거요?"라고 묻곤 했다. "아니요. 정치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란 대답만 했다. 솔직히 말하면 정치를 직접 할 마음은 없지만, 정치가 내 삶을 편하게 만들도록 할 생각은 분명히 가졌다.
대체로 보수적인 생각을 지닌 이들이 내게 그런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이 지지하는 정부에 대해 비판을 하니 자신들이 편하게 대할 수 없었고, 그런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편한 이야기만 써보면 어떻겠어요"라 아예 방향까지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한계령과 같은 시를 많이 써서 노래로 만들면 좋지 않아요"라며 경제적으로 무능에 가까운 처지에 충고를 하는 이도 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까지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야만 되는 사람으로서는 자연스럽게 어떤 글을 쓰던 세상을 보고 느낌 감정들이 녹아있기 마련이다. 다만 이롭지 않은 말을 세상에 많이 내어 놓을 생각은 없다. 함께 나눠 이로울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강릉시에 대한 이야기를 쓸 기회가 있으면 한 번 소개할 생각으로 간직하고 있는 메모가 있다. 허난설헌의 오라비인 홍길동전을 쓴 허균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도 허균이 자신의 재주를 믿고 말을 조심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명대사가 허균에게 보낸 시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休說人之短與長(유설인지단여장)非徒無益又招殃(비도무익우초앙)若能守口如瓶去(약능수구여병거)此是安身第一方(차시안신제일방)다른 사람 장단점은 말하지 마시게이롭지 못할 뿐 아니라 재앙을 부르네능히 제 입을 물병처럼 지킬 수만 있다면이것이 몸 편히 할 으뜸가는 방편일세-송운 유정(松雲 惟政, 1544-1610), 「허생에게 보내다(贈許生 증허생)」내용으로 보아 허균이 다른 사람들의 장단점에 대해 입바른 소리를 곧잘 한 모양이다. 어쩌면 백성들의 원성을 사는 고관대작들에 대한 말을 거침없이 토로하였거나, 사명대사가 그런 허균의 재주를 어여삐 여겨 이와 같이 좀 더 몸을 편하게 할 방도를 귀띔해주었다고 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허균이 살았던 시대나 앞의 두 시인께서 살다 가셨던 시대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로부터 금보다 더 귀하다고들 말하는 현대를 거쳐 미지로 말할 수 있는 미래로 향하는 과정 속에서 늘 경계하며 살아갈 뿐이다.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았고 갖추어졌다고 확언할 수 없는 미지의 내일, 바로 그런 새해에 대해 아픔이 아닌 즐거운 복락으로 채워지기를 희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삶이 무겁거든정덕수삶이 무겁다 생각되거든인간의 가치는 그가 품고 있는 희망에 의해 결정된다는땅의 흙 같은 진실만 마음에 담아라희망이 어찌 무거울 것이며가볍다 하여 가치가 적다 할 수 없으니가는 길 멀다 생각 되거든이 길 먼저 걸었을 이들의 고되었을 여정 먼저 기억하라처음부터 길이었던 적 없는 거친 들메마른 대지에 쬐는 뙤약볕 타는 갈증이보다 더 고되고 힘겹게 걸었을 그들남이 무어라 하거든 물어라언제 최선을 다해 참여한 적 있더냐언제 스스로 피맺히게 외쳐 본 적 있더냐최선을 다한 참여가 힘을 만들고그 힘이 세상을 바꾸고그 바뀐 힘이 세상을 편하게 하리니삶이 무겁다 생각되거든인간의 가치는 그가 품고 있는 희망에 의해 결정된다는어둔 하늘 별 초롱한 꿈을 가슴에 품어라희망이 어찌 무거울 것이며가볍다 하여 가치가 적다 할 수 없으니지난 겨울 가족들이 있는 이곳 양양을 떠나 광화문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버티며 썼던 이 시엔 막연히 희망을 이야기하기 전에 스스로 나서야 된다는 주장을 담고자 했다. 스스로 떨쳐 일어나 맞섰을 때 세상이 보다 편해지고 꿈꾸었던 일들이 실현되는 걸 보게 된다. 무엇을 내게 달라고 하지 않았다. 함께할 줄 아는 사람이 강원도에도 있다는 사실과 끝까지 두려움 없이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내 가족과 고향, 그리고 함께하는 이 세상을 참으로 아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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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고,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한 다음 이제 행동하라.
시인은 진실을 말하고 실천할 때 명예로운 것이다.
진실이 아닌 꾸며진 말과 진실로 향한 행동이 아니라면 시인이란 이름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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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7년... 세밑에 읽으면 더 좋은 시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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