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페이스북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국민들에게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을 밝히며,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나호선
특히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위안부 협상에 중대한 흠결이 발견되었으며, 합의 내용 역시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위배되었고, 피해자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역사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한·일간의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위해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며 후속조치를 예고했다.
먼저, 문 대통령의 말대로, 한·일 위안부 협상은 법적 합의가 아니라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다.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를 명시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비준'이라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절차상 하자로 인해, 양국 간의 정치적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다.
일본 역시 한국과의 정치적 합의를 뒤엎은 전례가 있다. 일본 정부는 1965년에 우리와 체결한 '한일어업협정'을 1998년 1월에 일방적으로 파기했으며, 같은 해 9월 재차 우리 정부와 신규 협상을 체결한 전례가 있다. 만약 합의 파기로 정부의 신뢰도가 깎일 것을 두려워한다면, 당장 일본 정부부터 1998년의 일로 곤혹을 치러야 했을 것이다.
위안부 합의 개정, 지금이 적기 위안부 합의 파기는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없지만, 전략상으로도 지금이 적기인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개선된 한·중 관계 및 한·미 관계가 큰 버팀목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거시적으로 한국은 역사문제에 있어 입장을 같이하는 중국과 화해국면이다. 때마침 중국은 29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책임 있는 태도로 적절히 처리하라"라며 우리측의 발표를 거들고, 일본의 강경한 입장 고수를 비판했다.
미국 역시 암묵적 중립을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정권 당시 미국은 일방적으로 일본의 편을 들었으나, 트럼프 정권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무기를 지속적으로 들여올 수밖에 없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강조하며 트럼프식 세일즈 외교에 큰 힘을 실어 주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자신의 국내적 정치 스캔들을 '납북자 문제'로 돌파하려다, 미국과 합의 없이 단독접촉을 진행해 크게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또한, 트럼프의 세일즈 외교에 있어서도 미온적으로 나서다 미국의 불만을 산 전례가 있다. 뒤늦게 아베 정권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골프장 외교'를 벌이며 비위를 맞추기 시작한 셈이다.
아베 총리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보이콧 하겠다'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그것은 위력 없는 공포탄에 불과하다. 아베 총리의 경고는 정치와 경제 논리를 배격하고, 스포츠를 통해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 일본이 국제여론의 악화를 무릅쓰면서까지 부담스러운 카드를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본 역시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자 협상 판도 구축 및 정경 분리의 원칙 적용해야위안부 문제는 작게는 한반도의 문제고 크게는 대동아 공영권에 속했던 모든 피해국의 공동문제이다. 이는 다시 북한과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를 대한민국이 전략적으로 협상테이블에 끌어들일 필요가 있음을 뜻한다.
상대적 강국과 약소국 사이의 개별 조약은 힘의 논리가 협상의 내용을 좌우할 여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다자협상은 다르다. 약소국들이 힘을 뭉치면 더 좋은 협상 결과를 끌어 낼 수 있다. 일본이 계속해서 단독 협상을 고집하는 것도 다자협상의 굴레에 갇히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실책을 주워 담는 것은 물론 전 방위적으로 일본을 압박하여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하려 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신 남방정책'에는 이러한 전략적 노림수가 잠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식민지 피해자들의 회의체인 '반둥회의'의 60주년 행사에 불참하고, 뇌물 스캔들로 도망치듯 남미순방을 떠났던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공동해결을 반둥회의의 주요 의제로 제시하였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졌을 것이다. 일본은 한국의 소녀상뿐만 아니라, 모든 피해국의 대사관 및 본토에 선물된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막대한 노력과 성의를 표해야 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역사문제와 별개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수립하겠다'라는 발언 역시 중요한 전략적 포석이 담겨있는 듯하다. 일본이 동아시아 힘의 균형을 맞추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반드시 한국의 힘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 숫자가 600만을 돌파했다. 이는 중국 관광객 400만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이제 막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경제는 점점 더 한국의 협조를 필요로 할 것이다.
일본은 국교 정상화 이전의 중국(당시 중공)과도 '정경분리의 원칙'을 적용해, 1962년 '중·일 각서 무역'을 체결하며 경제교류를 계속한 바 있다. 냉전 시대 공산 중국과도 진행한 정경 분리 원칙을 한국과는 적용 할 수 없다는 것은 자신들의 말을 뒤집는 억지에 불과하다.
적의 논리로 적을 베는 것이 병법의 가장 좋은 수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자기가 부린 꾀에 자기가 빠졌다. 문재인 정부의 반격은 치밀하고 넓은 안목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외교적 환경은 재협상을 추진하기에 너무나도 좋다. 도의적으로도 이 문제는 한국에 유리하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도 한국에 해가 될 게 아무것도 없다. 칼자루는 한국이 쥐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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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근로자, 부업 작가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과
『젊은 생각, 오래된 지혜를 만나다』를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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