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11시1분26초 ‘학생전원구조’ 최초오보 자막
MBC
참사가 있던 날 공중파 속보 내용은 아주 잘 써진 "한편의 소설" 같았다.
내가 이 참사 소식을 듣고 언론 보도를 처음 접한 것은 오전 10시 10분경으로 기억이 된다.
그들의 속보 내용은 대략 이렇다. 사고 원인으로 세월호가 '암초를 타고 넘은 것 같다'고 했다. 선장은 '퇴선 방송을 했다'고 했고, 안행부는 중대본을 꾸려 매우 적극적으로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경과 군(육군+해군+공군), 소방, 상선, 민간어선 등이 합심하여 매우 입체적으로 구조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세월호는 부력을 유지하고 있어 1~2시간 안에는 침몰하지 않을 것이며, 함정이 세월호에 접안하여 구조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안개가 끼긴 했지만 파도도 높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아 구조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이며, 바다의 수온도 높지 않아 승객들이 물에 뛰어 들어도 한두 시간은 버틸 수 있다고 했다.
120명이 구조되었고, 곧이어 190명이 구조되었다고 했다. 대통령은 '구조에 철저히 임하여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단원고 학생이 전원 구조되었고, 곧바로 승객 전원이 구조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특공대가 투입되어 혹시 선내에 남아있을 승객들을 위해 엔진실과 기관실까지 철저히 수색하고 있다고 한다.
철저하게 속았다. 아들은 이미 죽어가고 있는데, 못난 애비는 전원 구조 소식을 듣고 기뻐했고, 지인들로부터 웃으면서 안부 전화까지 받았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매우 다행스럽게 못된 정권이 물러났고, 핵심 주동자들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서 먼 길을 떠났다. 그들에게 부역했던 왜곡된 언론인들도 하나둘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새로 자리를 차지한 언론인들은 언론을 개혁하여 반드시 정상화시키겠다고 한다.
"언론개혁과 언론 정상화"
모든 것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내 입장에서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고, 무엇이 달라지지? 나쁜 놈들은 철저히 증거를 인멸한 후 그 자리를 떠났을 터이고, 남아있는 잔존 세력들은 어떻게든 불리한 증거를 없애려고 노력할 것인데... 그래, 그래도 새로운 마음으로 개혁하겠다고 나서는 자들을 또 순진하게 한번만 더 믿어보자. 어쩌면 내가 원하는 증거들을 그들에게서 받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이런 이루어질 수도 없는 허튼 희망을 새해 아침에 가져 본다.
나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매우 많은 증거를 거대 언론들이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참사 당시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는 외신을 비롯하여 매우 많은 언론사들이 파견되어 있었고, 그들은 그곳에서 인권을 무시한 무차별적인 취재를 진행한 바가 있다.
또한 그곳에는 목사라는 신분으로, 피해자의 삼촌, 이모부, 고모부라는 가족 관계를 사칭한 사람들이 유가족과 함께 거주하며 매우 많은 못된 짓들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고스란히 언론의 카메라에 잡혀있을 것이고, 그것만 공개된다면 이 참사의 진상규명은 분명히 진실 앞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전원 구조"만이 오보가 아니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참사 당일 속보 속엔 "불결한 악의적 의도"가 숨어 있었다고 믿고 있다. "암초에 부딪힌 것 같다는 사고 발생 원인부터, 구조세력(해경, 군(해군, 육군, 공군),소방...)이 동원되고 출동하고 구조하는 과정, 선장의 '퇴선명령', 120명 구조, 190명 구조, 대통령 지시사항 하달,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승객 전원 구조"에 이르는 과정까지 어떤 프레임이 사전에 잘 짜여 있었다는 의혹을 솔직히 지울 수가 없다. 필요한 부분은 과장되고 불리한 부분은 축소되고, 또 어떤 부분은 창작되었던 것이 참사 당일 속보 내용이었다.
해당 방송사들은 1000리 밖 바다 위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속보를 내보내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책임 있는 방송사라면 한 박자 늦은 방송은 할 수 있어도,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한 오보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구조내용 전반에 대한 오보를 전했고, 전체적인 측면에서 볼 때 KBS와 mbc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로 다른 방송사가 동시에 동일한 내용으로 오보를 전할 확률은 '0'에 가깝다고 나는 판단한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잘못된 구조 내용을 전달해 주었거나, 어느 한쪽의 것을 계속해서 베껴 쓰기 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현상이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