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감자를 수확하고 있는 김광철 교사1학년 아이들과 옥상 텃밭에 감자를 심어 가꾸고 수확을 하여 기뻐하고 있다. 삶의 현장 교육을 강조하는 혁신학교 교사
김광철
교육부가 올해 2학기부터 교장 공모제를 현행보다 크게 확대한다고 한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정말로 반갑고 다행스럽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장의 경우 2007년 이전까지는 교장 자격증을 가진 교사만 교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에 제한되어 왔다. 교장뿐만 아니라 교감 또한 그러하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교장 자격제를 두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학교장을 통하여 교육을 장악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과거 이승만 정권이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등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학교 교육을 정권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주입하거나 국가 시책 등의 미명 아래 학교를 통하여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정권 홍보의 수단 또는 통제의 수단으로 이용해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3.15부정선거 때는 교사들을 동원하여 자유당 후보를 찍도록 홍보를 하게 하고,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에도 3선개헌, 유신헌법 찬양 등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5.16 쿠데타 직후,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를 또렷이 기억한다. 아침에 운동장에 줄을 세워 조회를 하면서 조회시간마다 교감선생님이 구령대에 올라가서 '혁명공약'을 낭독했다. 그런가 하면 '증산, 수출, 건설' 구호를 외치고, '잘살아 보세' 노래를 부르게 하고, '청룡부대', '맹호부대' 월남 파병을 옹호하는 노래를 가르치고 외워 부르도록 했다. 송충이 잡기, 쥐꼬리 잘라서 학교에 가져가기, 퇴비를 증산한다고 하면서 통학반 별로 퇴비 많이 만들기 경쟁도 시켰다. 중학교 때는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우도록 하고, 그걸 못 외우는 학생들을 외울 때까지 남아서 외우도록 하기도 했다. '새마을 노래', '향토 예비군가' 등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그걸 계속 부르면서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그런가 하면 교사가 되어선 학생들에게 혼분식을 장려한다면서, 매일 혼분식 실태를 점심시간마다 조사해서 체크리스트에 기록했다. 교실 뒤 칠판이나 복도 등은 온통 반공, 새마을, 한국적 민주주의 등을 선전하는 웅변대회, 글짓기 포스터 그리기 대회, 포스터를 붙이거나 백일장 대회, 그리기, 포스터 대회 등을 통하여 반공, 충효, 새마을, 경제건설, 유신홍보 등에 열을 올렸다. 이런 사례들은 열거하려면 한이 없다. 요즘 같으면 상상도 안 되는 일들이 학교에서 벌어졌다.
이게 무엇인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교육의 자율성과 전문성은 아예 깡그리 무시되고, 교육이 상당 부분이 정권 홍보와 이데올로기 주입으로 일관했다는 이야기이다.
교장자격증제는 바로 이런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교사들을 길들이고, 학교를 정권이 완전히 장악하기 위한 도구로 철저히 이용하기 위한 제도로 활용된 것이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는 민주당 정권 때 반짝했던 지방자치제와 교육자치제는 종적을 감춤과 동시에 형식적으로는 시도에 교육위원회라는 것을 두었지만 교육위원부터 교육감까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
당시 문교부는 각 시도교육청들의 교육감을 장악했고, 교육감들은 교육장을 통해 일선 학교 교장들을 장악하여, 국가 시책이 일선 학교에서 철저하게 시행되도록 감독을 하였다. 그걸 확인하기 위하여 장학사를 수시로 학교로 파견하여 점검하고, 학교장이나 교감 등도 성적을 매겨, 이들의 성적에 따라 근무성적이 좋으면 인사이동 때 소위 여건이 좋은 학교로 발령을 내주는 등 갖가지 기제를 이용하여 학교를 장악하고 통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