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영화 '1987'이 남긴 감동으로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한 관람객들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1987'을 관람한 뒤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 김정숙 여사 옆이 배우 김윤석. 문 대통령 위쪽 임종석 비서실장 옆에 조국 민정수석이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연합뉴스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1987>를 관람하기 직전 배우들과 나눈 환담에서 박종철 열사의 고등학교가 화제에 올랐다.
8일 오후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제공한 사전환담 내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영화를 관람하기 전 영화 <1987>에 출연한 배우들을 직접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혜광고가 아주 명문이다"라며 "박종철 열사에 김윤석씨, 오달수씨, 조국 수석도 거기 출신이죠? 누가 선배예요?"라고 물었다.
이에 사전 환담 자리에 동석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제가 선배다"라며 "종철이가 제 1년 후배고, 박종철 2년 후배가 김윤석, 김윤석 2년 후배가 오달수다"라고 답변했다.
조국 27회, 박종철 28회, 김윤석 30회, 오달수 32회박종철 열사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현재 부산 중구 망양로에 위치한 혜광고다. 혜광고는 지난 1955년 설립된 청구고에 뿌리를 둔 학교로 지난 1970년 10월 지금의 혜광고로 학교 이름을 바꾸었다.
박종철 열사는 혜광고 28회 졸업생이다. 그리고 조국 수석이 27회, 영화배우 김윤석씨와 오달수씨가 각각 30회와 32회 졸업생이다. 영화 <1987>에서 김윤석씨는 '박종철 고문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박처원 대공수사처장을, 오달수씨는 검찰 담당 기자가 보고한 '경찰에서 조사받던 대학생 쇼크사' 사건을 사회면에 싣는 일간지 사회부장을 연기했다.
김윤석씨는 지난 2017년 12월 13일 언론시사회에서 "박종철 열사가 고등학교 2회 선배다"라고 박종철 열사와의 '학연'을 공개하면서 "'탁 치니까 억'이라는 말을 일간지 신문의 헤드라인으로 도배되는 것을 본 세대인데 30년 뒤에 내가 이 말을 하게 될 줄 생각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오달수씨도 영화가 개봉된 이후 "자랑스러운 선배님의 후배로서 이 영화에 참여하는 게 도리이자 뜻 깊은 일이 될 것 같았다"라며 "감독님께 잠깐이라도 출연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라고 캐스팅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기인 지난 2004년 5월 18일 혜광고 교정에 박종철 열사를 기리는 기념조형물과 '박종철 쉼터' 제막식이 열렸다. 가로·세로·높이 각각 60㎝×60㎝×190㎝에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펜 모양의 기념조형물에는 '당신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나는 아직도 눈을 감지 않았습니다'라는 시인 이산하씨의 비문이 새겨졌다.
당시 혜광고 총동창회 측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군사독재 정권을 퇴장시키는 역사적 시발점이 된 일이었는데 17년이 지나도 박종철씨를 추모하는 기념물 하나 제대로 없는 게 안타까워 마련했다"라고 기념조형물과 쉼터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제막식에 참석한 박종철 열사 아버지 박정기씨는 "동문, 친구들이 종철이의 죽음을 기억해줘 고맙다"라며 "기념비가 세워진 만큼 아들의 모교에서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 "이렇게 많은 배우가 참여... 대단한 용기"앞서 문 대통령은 "이 영화를 만들 때만 해도 부산영화제를 '좌파 영화제'라고 핍박하고 영화계에 블랙리스트가 공공연하게 퍼져서 조금만 밉보이면 불이익이 많을 때였는데 그래도 용기있게 1987년 박종철군과 6월항쟁을 영화로 만들고 (그 영화에) 많은 배우들이 흔쾌히 참여해줬다"라고 출연 배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에 동석한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한국영화 사상 (톱배우들이) 이렇게 많이 나온 영화가 없다"라며 "옛날에 (영화 '마부'의 주인공이었던) 김승호 선배가 (영화를) 하셨던 60년대에는 톱 배우들이 한 영화에 많이 나왔지만 요즘은 이런 일이 벌어진 적이 없다"라고 이 영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대단한 용기다"라고 공감을 나타냈다.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성근씨는 영화 <1987>에서 정권 실세인 안기부장 역할을 맡았다.
장준환 감독은 "김윤석 선배님도 그렇고 다들 블랙리스트 소문이 횡행할 때인데, (그것을) 감수하고 이 영화에 동참해주었다"라며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박종철 열사 친형 "그때 노무현 대통령과 같이 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