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에게 질문하려고 인형 흔든 기자 등장

[신년기자회견] 사전조율 없는 '열린 형식'…문 대통령 질문자 지명 '진땀'

등록 2018.01.10 14:26수정 2018.01.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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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요지 혼란스럽다 싶으면 즉석에서 기자와 문답
한시간 남짓 17번 문답…'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 노래 흘러나와

평창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 '수호랑'도 질문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을 든 채 손을 들어올린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이 기자는 결국 질문권을 얻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 '수호랑'도 질문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을 든 채 손을 들어올린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이 기자는 결국 질문권을 얻었다.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나도 눈 맞췄다' 라고 일방적으로 일어서시면 곤란합니다"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본격적인 질의응답을 앞두고 문답 도중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혼란에 사전에 대비했다.

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기자들을 만난 이날 회견이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는 미국 백악관 식으로 진행됐다.

질문자를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새로운 회견 방식이 채택돼서인지 회견에서는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윤 수석은 "대통령이 손으로 지명하고 눈을 마지막으로 맞춘 기자들에게 질문권이 주어진다"는 '유권해석'을 미리 내렸다.

회견장에 들어선 200여 명의 기자가 사방에서 손을 드는 통에 문 대통령은 누구에게 질문권을 줄지 결정할 때마다 멋쩍은 웃음과 함께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기자들은 대통령과 눈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썼다. 두 손을 모두 들거나 종이와 수첩을 흔들기도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필사적인 질문 의지를 드러내는가 하면 한 기자는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인형을 들어서 눈길을 끌었다.

참석한 기자가 워낙 많았던 탓에 대통령과 눈을 맞춘 사람이 있었음에도 정작 질문은 옆에 있는 기자가 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문답이 질문을 마치면 대통령의 답을 듣는 식으로 이뤄졌지만 소위 '각본' 없이 진행된 덕에 간혹 문 대통령과 특정 기자 간에 공을 주고받듯 문답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 기자는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이 만족할 만한 수준인지, 사드 배치나 원전 이슈와 관련해 공약이 실현되지 못한다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사전에 한 기자당 하나의 질문만 해야 한다고 정한 규칙에 벗어났다고 생각했는지 문 대통령은 "질문을 하나만 선택해주길 바란다"고 되물었고 질문한 기자는 '대통령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한 질문의 요지가 무엇인가"라고 다시 묻기도 했다.

경제 성장률 전망을 묻는 말에는 더 내실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게 장하성 정책실장에게 답변권을 넘기는 여유도 보였다.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질문을 하기 위해 대통령을 향해 손을 들고 있다.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질문을 하기 위해 대통령을 향해 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예상답변'을 준비할 수 없었던 문 대통령은 특정 질문에는 솔직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및 2기 내각 구성의 방향성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는 "질문이 뜻밖이다"라면서 "아직 아무런 생각이 없는 문제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대답했다.

회견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자유분방해서 폭소가 터지는 순간도 있었다.

'지방분권 개헌과 지역균형 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일정이 '빡세(힘겨워) 보인다''는 표현이 등장했고 한 외신기자는 꽤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한 뒤 '지금부터 영어로 질문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문 대통령 관련 기사에 달리는 지지자들의 댓글을 두고 오간 문답은 유독 눈길을 끌었다.

한 기자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 기사를 쓰며 격한 표현과 함께 안 좋은 댓글들이 달린다"면서 '지지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활발하게 많은 댓글을 받는 게 익숙하지 않은지 모르겠다"면서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많은 악플을 받은 정치인이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저와 생각이 같든 다르든 국민의 의사 표시로 받아들인다"면서 "기자들도 담담하게 생각하고 너무 예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대답에 현장에서는 웃음이 터졌지만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회견 영상에 질문을 문제 삼는 댓글을 대거 남겼다.

이날 회견장에서는 회견을 전후로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긴장을 풀자는 뜻에서 대중가요가 흘러나왔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기자회견에 어울린다는 뜻에서 김동률의 '출발'과 가야만 하는 길을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가자는 뜻에서 윤도현의 '길'이 선곡됐다.

제이레빗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모두가 함께 가야 할 '그곳'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담겨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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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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