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서울 5호선 광화문역에 걸린 문재인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 이 광고는 "문재인 대통령을 응원하는 평범한 여성들"이라고 밝힌 지지자들이 마련한 것이다.
권우성
"일종의 정치 행위다.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팬덤정치, 노무현 대통령 생전에 노무현 대통령 중심으로 간 게 있고,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가 자제를 했던 적이 있다. 개인을 우상화 시키는 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먼저 자제시켰던 부분이 있다."지난 11일 고성국 TV조선 해설위원은 <TV쇼>에 출연해 이번 생일 축하 광고를 두고 이렇게 평했다. 여지없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언급하는 동시에 '팬덤정치', '개인의 우상화'로 연결 지은 것이다. 더군다나,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자제시켰다"면서 문 대통령 역시 그래야 한다는 뉘앙스를 비추기까지 했다. 헌데, 고성국 위원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기는 한 걸까.
고성국 위원이야말로 대표적인 '친박', '친박근혜' 평론가 아니었던가. 그는 과거 2012년 박사모 등 박근혜 팬클럽의 초청 강연에 나서서 물의를 빚고 방송에서 하차한 전력의 소유자인 동시에 박근혜 정부 들어 공영방송 KBS 입성을 두고 KBS 새노조의 반발을 샀던 인물이기도 했다.
특히 고 위원은 박근혜 정부가 대놓고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난 tvN에서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고성국의 빨간의자>라는 토크쇼를 조기대선 직전인 작년 4월까지 진행한 바 있다. 한국 정치 평론계에서 유례없는 '팬덤평론'의 창시자인 동시에 '친박' 성향으로 tvN과 같은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발탁된 것 아니냐는 눈길을 받았던 그가 고작 지하철 광고를 두고 고 노무현 대통령을 거론하며 '팬덤정치', '우상화'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자체가 어불성설이요, <TV조선>에서나 가능한 발언이라 할 만 하다. 적어도 고 위원이 '정치평론'을 계속하려면 사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본인 스스로가 '팬덤정치'에 적극 부응했으며, 국정농단 사태는 물론 수많은 '불법' 행위로 구속·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정치평론가'라면, 게다가 다시 TV에서 '정치평론'을 하려고 한다면, 최소한 사과부터 하는 게 먼저 아니겠는가.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상화'를 넘어 "김일성 주체 사항의 영향"이라 주장한 김문수 전 지사의 경우는 상징하는 바가 더욱 크다. 김 지사는 "북한에는 3만여 개의 김일성 동상이 있다고 한다"며 "남한에는 위대한 촛불 혁명 대통령 '이니(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문 대통령을 부르는 애칭)'의 생일 축하 영상과 방송을 널리 오랫동안 울려 퍼지게 할 지어다"라고 썼다.
본인의 낡은, 편협한 세계관을 그대로 드러내는 비교 글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에도 눈겨여 볼 점은 존재한다. 김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결정돼 있던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까지도 기어이 취소시켰지 않습니까?" 그 대신 문재인 대통령 자신의 취임 기념우표는 발행했지요?"라고 한 대목이다. 본인 스스로가 한국에서 행해진 '우상화'가 무엇인지, 그 비교 잣대가 얼마나 뒤틀렸는지, 김성태 원내대표와 같이 팩트 자체가 잘못됐는지를 드러내는 결정적 한 마디랄까.
<조선일보> 옥외전광판 속 '문재인 생일축하 광고', 볼 수 있을까먼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전임 대통령들이 으레 해왔던 행사다. 비교 대상이 아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부가 발행을 취소한 박정희 100주년 기념우표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오히려,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구미시를 비롯해 여러 지자체가 천문학적인 액수를 들여 강행했거나 강행하려고 했던 '박정희 기념사업'이 재조명되고 있는 중이다.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사비를 들여 진행한 지하철 광고가 '우상화'가 아니라 수백억의 혈세가 들어간 '박정희 기념사업'이야말로 '우상화'라는 논리다. '사생팬' 논리도 코미디지만, '우상화'야말로 견강부회라는 지적이 빗발치는 이유다.
이번 지하철 광고를 '노무현 팬덤'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아이돌 문화에서 차용한 지하철 생일축하 광고는 지지자들이 스스로를 건강하고 '포지티브'한 지지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인 동시에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은 채 긍정적인 이미지를 어필, 좀 더 넓은 지지층을 확보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진화된 정치 행위의 일종이라 할 만하다.
이미 이러한 포지티브한 행위들은 '이니 굿즈' 등을 통해 그 진화상이 증명되지 않았는가. 팬덤의 활동도 그러하다. 지난 2008년 미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에서 증명됐듯, 팬덤이 가진 긍정적이고 자발적인 활력이 실제 선거전에 미친 영향은 오바마의 당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는 이미 정설에 가깝다. 그 반대편엔 아마도 '관제데모'와 '가짜뉴스'로 점철된 '박근혜 팬덤'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12일,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 옥외전광판에 문재인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 게재를 추진하겠다는 사용자가 나타나 화제를 모았다. 이 사용자는 <조선일보> 관련 담당자와의 문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OK 사인이 떨어졌다", "20초 분량 100회", "10분마다 1번씩", "부가세 포함 77만 원"이라고 구체적인 조건까지 제시했다.
지금이 그런 시대다. '우상화'나 '주체사상' 운운하는 '꼰대'들의 '망상'이나 진영논리와는 달리, 자유분방하게, 기존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정치를 향유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시대 말이다. 곧 <조선일보> 옥외전광판에서 문 대통령의 생일 축하 광고를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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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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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광고' 낸 지지자가 사생팬? 뜻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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