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 반박 성명서 발표를 마치고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희훈
"이쯤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백해야 한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MB 집사'의 입이 열리고,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임을 가리키는 조카 이동형씨의 통화 녹음 파일까지 등장하면서 검찰 수사는 또 한 번 급물살을 타는 중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 가능성도 기정사실화 한 분위기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을 조여 오는 검찰 수사는 크게 세 갈래다. 재임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상납 받아 유용했는지 여부와 자신이 실소유주라고 의심받는 자동차 시트 업체 다스의 비자금 조성·관리에 개입했다는 의혹, BBK로부터 투자금 140억을 회수받는 과정에 국가권력을 동원했는지에 대해서다.
이 세 가지 의혹은 그동안 침묵했던 최측근들의 입이 열리면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실마리가 풀려나가고 있다.
'다스' '특활비' 동시에 급물살지난 24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공개된 이 전 대통령의 조카 동형씨의 통화 녹음 파일도 실마리를 풀 중요한 단서다.
지난해 7월 이뤄진 이 통화에서 그는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의 것이라고 털어놨다. 시형씨로의 승계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상은 회장의 아들이자 총괄부사장이었던 자신이 밀려난 데 섭섭함을 토로한 내용이었다(관련기사:
MB 조카 "다스는 시형이 것... 아버지와 나는 희생했다").
이는 앞서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이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 내용과 일치한다. 김 전 사장은 이 전 대통령과 현대건설에서부터 인연을 맺었고, 오랫동안 이상은 회장과 공동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최근 그는 여러 차례 검찰 조사를 받으며 심경 변화를 일으킨 걸로 알려졌다.
그 결과로 MB가 다스 설립을 지시했고, 과거 정호영 특검 조사 때는 거짓으로 진술했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MB일가'의 음성파일까지 나오면서 검찰로서는 실소유주를 밝힐 수 있는, 무게감이 큰 진술을 얻었다.
다만 이런 진술이 이 전 대통령 직접 소환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과거 경리직원의 개인 횡령이라고 결론 난 120억 원대 비자금 형성과 관리에 이 전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밝히는 문제가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설치된 다스수사팀(팀장 문찬석 차장검사)은 120억대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다스와 협력사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불러 조사 중이다. 가장 최근엔 동형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 전 대통령 직접 소환에 가장 빨리 접근 중인 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가 수사 중인 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이다. 지난 12일 'MB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을 압수수색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검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한 지 2주 만에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소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아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를 보좌하는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적극적으로 진술한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이어 최근에는 김 전 기획관도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 자체를 부인하던 김 전 기획관이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억 원씩 총 4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관계를 보았을 때 김 전 기획관이 대통령 모르게 개인적으로 상납 받았을 리 없다고 보고 돈의 용처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검찰은 원세훈 원장 시절 대북 관련 업무에만 쓰여야 할 대북공작금이 다른 용도로 쓰인 사실도 파악하고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정원 내부자가 제보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돈이 당시 야당 정치인들을 불법 사찰하는 데 쓰였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유용된 자금의 용처와 관련해 "나오면 나오는 대로 수사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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