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한국타이어 집단사망사건' 실태 파악 나서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 측 "시민사회비서관실, 사건 현황 등 자료 요청"

등록 2018.02.02 17:41수정 2018.02.0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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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한국타이어 유가족들이 대전공장 앞에서 사인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07년 10월 한국타이어 유가족들이 대전공장 앞에서 사인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심규상

[기사 수정] 2월 3일 오전 0시 35분

청와대가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 사건' 실태 파악에 나섰다.

2일 <오마이뉴스>가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를 취재한 결과,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의 한 행정관이 지난 1월 31일 협의회로 전화해서 '시민사회비서관의 지시'라며 한국타이어 집단사망사건 현황 등의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응용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 위원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1월 31일 청와대 행정관이 전화해 '시민사회비서관이 박 위원장의 얘기를 들어보라고 지시했다'고 했다"라며 "서로 소통할 통로를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이 행정관이 이메일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줬다"라고 전했다.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는 이를 두고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과 한국타이어 집단사망 사건 해결을 위한 소통 통로가 열렸다"라고 평가했다.

박 위원장은 "그때 청와대 행정관이 한국타이어 산재사망사건 현황 등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라며 "오늘도 그 행정관이 전화해서 아직 자료를 보내지 않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자료를 보내달라고 다시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주말까지 청와대에 자료를 보내고, 다음주에 청와대 쪽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2008년 허위역학조사 뒤집는 역학조사 실시돼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심규상

'한국타이어 집단사망 사건'은 지난 2008년 이후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수십 명의 노동자가 죽은 사건을 가리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6년 김종훈 의원(현 민중당 상임대표)에게 제출한 '한국타이어 사망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6년 1월까지 사망한 이는 46명에 이른다. 그 이후에는 8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확인됐다. 


사망 원인으로는 자살(11명, 23.91%)이 가장 많고, 급성심근경색과 폐암·간암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타이어 제조 공정에서 사용하는 복합유기용제인 hv의 신경독성이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에 ▲ 사망과 유해물질의 인과관계 등 원인 규명 ▲ 피재자 치료와 건강관리 종합방안 마련 ▲ 산업안전 및 재해보상 관련 분야 법령 개정 ▲ 물질안전자료 공개 강화 등을 약속했다(자세한 내용은 하단 상자기사 참조).

박 위원장은 당시 문 후보의 답변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책임자 처벌과 이명박 대통령이 개악한 악법 개정, 포괄적 보상을 약속한 것이다"라며 "그것에 대한 구체적 조치는 2008년도 허위역학조사가 아니라 '안일권 판결문'에 준하는 새로운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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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유기용제 중독피해자 임헌근씨의 모습 ⓒ 한국타이어 유기용제·유독물질 중독피해자 대책위


'안일권 판결'이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근무하다 지난 2015년 1월 폐암으로 사망한 안일권씨의 유가족이 회사에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1심)에서 법원이 타이어를 찔 때 나오는 수증기('고무흄') 등을 위험물질로 인정한 판결을 가리킨다.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죽음의 연기'로 불리우는 '고무흄'은 1급 발암물질인 '벤조에이피렌(Benzo[a]pyrene)'로 확인됐다.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타이어를 찌는 가류공정과 생산라인인 정련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와 분진이 벤조에이피렌이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물질'로도 불린다.

박 위원장은 "2008년도에 실시된 역학조사는 허위이기 때문에 이것을 뒤집는 새로운 역학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노동부장관에게 그 권한이 있기 때문에 황희석 국장이 '노동부장관을 만나서 2008년도 역학조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서
1)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 사태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자연사로 위장시키기 위한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을 능가하는 전 대통령 이명박과 그 사돈기업 한국 타이어 간의 정경유착의 소름끼치는 추악한 고리의 정치적 외압이 없었는지 밝혀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후보님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귀 후보께서 당선된다면 한국타이어의 정경유착 여부에 대하여 철저히 조사 및 모든 불법행위에 대하여 처벌할 의향이 있습니까?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수사하고, 법률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입니다."

2)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집단사망 사태는 국제 타이어 업계에서 이미 발암물질로 인정된 물질을 사용으로 인한 것으로 이에 대하여 전면적 재 역학조사, 한국타이어 공장 및 정규직, 하청노동자의 전 현직 노동자 질환 전수조사를 통해 유해물질의 인과관계 및 안전한 환경, 중증질환 노동자 치료 및 건강관리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습니까?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집단사망 사태를 포함한 고무산업 종사자들의 업무상 질병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과 피재자에 대한 치료 및 건강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방안마련 필요성에 공감함. 새 정부는 유해·위험물질 사용에 따른 산재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유해물질의 인과관계 등 원인규명을 통한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근로감독 및 지원을 강화하고, 물질안전자료 공개의 투명성을 강화하며, 피재노동자들의 치료 및 건강관리를 위해 예방대책마련을 추진할 것임."

3) 2)번의 요구는 중화학 분야 종사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어야 할 사항으로 국제기준에 맞는 엄격한 유해물질 관리 기준 및 산재 처리가 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의 법개정 및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조치할 의향이 있는지?
"새 정부는 국제기준에 맞는 엄격한 유해물질관리 기준 및 산재처리를 위한 관련 부처의 법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고 관리감독의 철저에 만전을 기할 것임. 특히, 유해·위험물질과 산재와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새 정부는, 물질안전보건 자료를 작성하는 자가 일부 내용을 영업 비밀을 이유로 기재하지 않으려 할 때, '물질안전보건자료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개하도록 해 노동자의 건강권과 알권리를 보호할 것임."

4) 2008년 개악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대통령령의 업무상 질병판정 기준 및 관련 모든 개악법안에 대하여 전면 재검토, 개정할 의향이 있는지?
"새 정부는 산업안전 및 재해보상 관련 분야의 법령을 노동자가 '일하면서 다치지도 아프지도 않는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산재가 발생하면 폭넓게 노동자들이 치료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을 해 나갈 것임."

#한국타이어 집단사망 사건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황희석 #고무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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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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