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변인이 <동아일보>에 정정보도 요청한 이유

김의겸 대변인, '북한이 수십조 요구' 칼럼에 "사실 아니다" 반박

등록 2018.02.06 17:22수정 2018.04.05 14:11
41
원고료로 응원
 청와대 김의겸 신임 대변인이 지난 2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평창올림픽 기간 정상회담 일정 등에 대해 첫 브리핑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 김의겸 신임 대변인이 지난 2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평창올림픽 기간 정상회담 일정 등에 대해 첫 브리핑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가 '북한이 남북대화와 핵 동결을 대가로 수십조 원의 현금이나 현물을 요구했다'는 칼럼을 쓴 <동아일보>에 정정을 요청했다.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2월 5일 자 '박제균 칼럼'에서 "최근 모종의 경로를 통해 북측의 메시지가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대화와 핵 동결을 할 용의가 있다는 것, 그 대가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현금이나 현물 지원이다"라며 "이런 내용은 관계당국에 보고됐다"라고 썼다. 그는 "남쪽이 수십조 원을 댄다면 남북대화와 정상회담 선물까지는 줄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박 논설실장은 "북측은 남북대화보다는 대화 테이블 밑에서 오갈 현찰에만 관심 있다"라며 "'대화를 통한 평화'에만 집착하다간 북한의 현금인출기 노릇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비난한 것이다.

 지난 5일 <동아일보>에 실린 박제균 논설실장의 칼럼.
지난 5일 <동아일보>에 실린 박제균 논설실장의 칼럼. 동아일보 PDF 갈무리

"정정해달라... 정부도 법에 기대는 상황 결단코 원치 않아"

이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오후 '동아일보 칼럼의 정정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수십조 원을 요구했다는 칼럼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메시지를 보낸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다, 내용을 보고받았다는 관계당국은 더더군다나 있을 수 없다"라며 "청와대뿐만 아니라, 통일부, 외교부, 국정원 어디에도 그런 사람은 없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오히려 묻고 싶다, 이걸 사실이라고 믿었다면 어찌 1면 머릿기사로 싣지 않은 건가? 왜 칼럼 한 귀퉁이를 채우는 것으로 만족한 건가?"라며 "전제가 잘못되었기에 그 뒤로 이어지는 '채권·채무'나 '불평등 관계' 부분도 논지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견해는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그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사실관계에 분명한 잘못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더욱이 지금은 한반도가 '전쟁이냐 평화냐'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라며 "언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평화의 불씨를 살리려 애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동아일보>에 정중하게 요청한다,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아달라"라며 "정부도 법에 기대는 상황을 결단코 원하지 않는다"라고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평창 올림픽 손님에게 안 좋은 기사라 심각하게 받아들여"

<동아일보>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게 된 경위와 관련해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어제와 오늘 현안점검회의에서 한 분이 <동아일보> 칼럼의 문제점을 심각히 받아들이면서 '뭔가 시정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문제제기했다"라며 "여러 의견들이 오갔고, 관계된 분들이 몇 차례 의견을 교환한 뒤 오늘 제가 서면 브리핑 형식으로 청와대의 뜻을 나타내는 게 적절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을) 평창 올림픽의 손님으로 받아들이고, 굉장히 간절한 마음으로 평화 모멘텀을 유지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길로 나가는데 손님들에게 안 좋은 기사라 심각하게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라며 "사실 관계에서 명백히 잘못된 부분이 있을 때에는 그때그때마다 즉각 시정조치를 요구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말 <TV조선>에서 비슷한 내용을 보도한 것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TV조선>도 같이 정정보도를 요청할지도 검토했지만 두달 전 이야기인데 지금 와서 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아서 어젯자 칼럼에만 (정정보도를) 요청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김의겸 #박제균 #동아일보 #정정보도
댓글4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4. 4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5. 5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