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공감 20주년 기념식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 허리, 수수님의 여는 공연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공감은 20주년을 맞이하여 「시대와 불화하는 불구의 정치」 라는 슬로건을 세우고 시대와 불화하는 존재들을 '불구'라고 낙인찍고 차별했던 역사를 기억하며 불구의 의미를 다시 정의했습니다. 시대와 불화한 이들의 삶 속에 '불'은 어떤 의미인지 질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불시착, 불응, 불청객, 불만, 불결 등 … '불구'의 존재들이 불화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20주년을 준비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누구도 배제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하철역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발바닥 안내, 20주년 장소 내·외부의 휠체어 동선 확보, 수어통역사 배치, 점자·확대용 브로셔 제작,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성중립화장실 설치, 그리고 이 모든 편의에 대한 사전안내 등 당연하게 마련해야 할 것들을 놓치고 있지 않나 긴장하며 준비했습니다. 물론 모든 편의를 갖추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아주 기본적이고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
드디어 2월 2일, 장애여성공감의 20주년을 축하하며 연대의 마음을 나누고자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습니다. 첫 무대는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와 장애여성학교와 오랫동안 호흡했던 수수님'의 콜라보 무대, <20년 동안, 안 해!> 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열었습니다. 찢어진 의상, 한껏 땋아 올린 머리, 소리치는 표정, 찡그린 얼굴,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몸들 모든 것이 살아 움직였습니다. 지난 20년 간 배우들이 '안 해!'라고 외치면서도 '나도 모르게' 무대에 다시 서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선명한 몸짓과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표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공연 후에는 배복주(장애여성공감 대표) 님의 인사말이 이어졌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이 지금까지 지켜온 것과 결별해왔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을 때 장애를 바라보는 동정적인 시선과 차별,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과 착취의 대상이 되는 것,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혐오를 온전히 받아야 하는 경험은 우리는 누구와 연대하고 함께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장애여성이 사회적으로 주류의 위치에 놓이지 못하지만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의 경험을 말하는 것을 지켜왔습니다. 장애여성의 삶에서 시작된 나의 경험들이 다양한 소수자의 경험과 교차되고, 이 경험들이 온전히 소통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연대의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장애,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청소년 등에 향해 혐오하고 비하하고 폭력을 가하는 활동, 집단, 개인과는 단호하게 결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