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한구석에> 상권 속그림
미우
<이 세상의 한 구석에>라는 만화책은 책에 붙은 이름 그대로 '온누리' 가운데 '한 구석'에서 나고 자란 작고 수수한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바라보고 살림을 꾸렸는가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들 작고 수수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일본 히로시마 한켠에서 가시내로 태어나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 하다가 시집을 가서 시집에서 새롭게 온갖 집안일을 도맡을 뿐 아니라, 마을에서 시키는 마을일도 함께 하는 사람입니다.
초등학교라고 할 만한 데는 다녔으나 학교를 더 다닌 적이 없는 1930년대 어린 가시내가 만화책에 나옵니다. 학교를 다니며 수업을 듣기보다 꾸벅꾸벅 졸지만, 늘 그림을 그리면서 논답니다.
가만 보면 집에서 늘 온갖 집안일을 하는 아이인 터라, 바닷가에서 맨손으로 김을 뜨고 말리고 걷고, 또 이렇게 갈무리해서 띄운 김을 상자에 담아 도시(읍내)로 가서 내다 파는 몫까지 하는 아이인 만큼, 학교에서 꾸벅꾸벅 졸 만합니다.
우리로서는 일제강점기인데, 일본으로서는 제국주의 권력자가 이웃나라로 쳐들어가면서 제 나라(일본) 아이들한테 참다운 역사나 사회를 가르쳤을까요? 그리고 그무렵 집안일에 바쁜 일본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나 사회'를 얼마나 귀여겨들으면서 얼마나 믿었을까요? 아니 학교 교육에 마음을 쓸 틈이란 없겠지요. 지난날에는 밥을 차릴 적에도 나무를 해서 불을 피우고 솥에 물을 맞추고 하나하나 손으로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