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0년형, 벌금 180억원을 선고 받은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기 위해 호송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2018.02.13
최윤석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거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총 제기된 19개 혐의 가운데 완전 무죄를 선고 받은 건 2개에 불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도 상당 부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오후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을 마무리하며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하고 72억여 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 19개를 거의 유죄로 보고 단죄한 것이다.
승마 지원에 롯데·SK까지 뇌물... 삼성 '승계작업'은 인정 안 해 핵심 쟁점은 어디까지를 뇌물로 인정할지 여부였다. 먼저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 부분에서는 ▲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3484만 원 ▲ 말 3필 및 그 보험료 36억5943만 원 등 총 72억9427만 원과 ▲ 차량 4대를 무상으로 사용한 부분이 뇌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대통령과 공모관계인 최씨는 핵심적 경과를 조정하는 등 본질적 기여를 통한 행위지배를 했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삼성이 빌려줬다고 주장한 말 세 마리를 뇌물로 인정하면서 "소유자 명의가 누구로 되어있든 실질적 사용권한과 처분권한이 있다면 뇌물 취득으로 봐야한다"라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부정한 청탁이 전제돼야만 성립가능한 제3자 뇌물수수 부분에서는 기업들 사이 희비가 엇갈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케이스포츠재단에 제공한 70억 원은 인정됐다. 최씨와 공모한 박 전 대통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요청한 더블루케이·케이스포츠재단·비덱스포츠 지원금 89억 원 역시 뇌물로 봤다. 하지만 삼성이 건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8억 원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 204억 원은 뇌물에서 제외됐다.
재판부는 롯데와 SK 부분에서는 양쪽 모두가 최씨를 후원하는 게 기업에게 닥친 현안을 대통령이 직무집행으로 도움을 주는 대가라고 인식했다고 봤다. 즉, '부정한 청탁'이 묵시적으로 존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에게는 특검이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언론과 전문가들이 승계작업을 논했고, 실제 승계작업이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형사책임을 논하는 법정에서 승계작업의 개념은 명확해야 하고, 증명력 가진 증거에 의해 증명돼야 한다"면서 "(특검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승계작업이 이뤄졌다거나 이를 위한 개별 현안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부연했다.
또 삼성과 코어스포츠 용역계약서에는 기재돼 있지만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져 지급되지 않은 '약속금액' 213억도 확정적 의사 합치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뇌물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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