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응원단과 '셀카' 찍는 시민들
이하나
"내 안의 무언가가 깨진 느낌이었어요." 김용(26·서울)"북측응원단분들이 지나가면서 눈 마주치고 손을 흔들어 주시는데,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너무 반갑더라고요. 오래 떨어져 있어도 이런 게 민족인가보다. 이런 걸 느꼈어요." 고윤혜(22·부산)"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느꼈어요. 근데 북한 사람을 만나는 게 한국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심각하게는 처벌까지 각오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정말 이게 뭐라고, 왜 인사도 하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질까. 사실 가슴이 아팠어요." 김영욱(34·서울)"박자가 너무 빨라. 안 들려!" 우리의 목표는 경기장 안에서 '공동응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남북공동응원단'이다. 공동응원은 단지 남측 응원단, 북측 응원단만이 아니라 경기장 관중들 전체, 나아가 경기를 지켜보는 국민을 한 마음으로 만드는 응원이다. 그런데 공동응원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북측 응원단은 우리와 다른 빠른 박자 구호를 외치기도 했고, 처음 들어보는 노래에 맞춘 율동을 펼치기도 했다. 예술적인 춤과 군무도 있었다. 북측응원단과 미리 연락해 맞추거나 상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현장에서 그때그때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만 어느새 우리의 박자는 맞춰지고 있었다. "우리는 (짝짝짝) 하나다 (짝짝짝)" 처음엔 속도가 다르던 '짝짝짝'의 박자가 같아졌다. 북측 응원단이 '우리는'을 외치고 손을 귀에 가져다 대면, 우리는 '하나다'를 외친다.
8대 0이라는 경기 결과가 말해주듯 단일팀은 스웨덴전 내내 밀리고 또 밀렸다. 우리 선수들이 골문 앞에서 아쉬운 기회를 놓칠 때면, 그 큰 경기장에서 모두가 한목소리로 "힘내라! 힘내라!"를 박자 맞춰 외쳤다.
경기장 내내 파도타기 응원, 그 앞에서 뛰어다닌 우리북측 응원단은 이번에 '파도타기'응원도 시도했다. 그런데 파도가 번번이 중간에 끊기곤 했다. 남측 응원단은 자기 자리에서 잠시 일어나 여기저기 흩어져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드디어 파도가 시작되자, 응원단은 관중들 앞을 손을 흔들고 달리며 파도를 이어갔다.
"자꾸 파도가 끊겨서 아쉽더라고요. 안 되겠어서 한번 뛰어봤어요. 처음엔 조금 쭈뼛했는데, 막상 구경하는 관중들이 호응해주시고 좋아하시더라고요." 백태정 (24·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