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도 보도 못한 기초의원에게 온 문자메시지. 결코 내가 현재 사는 지역의 후보자는 아니었다. 예전에 살던 지역에서 후보자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학용
올해 설 연휴, 나는 정치인들에게 수십 통의 설날 인사 문자를 받는 아주 귀하신 몸이 됐다. 오는 6월 13일 치러지는 제7회 지방 동시선거 예비후보자들에게 온 문자였다.
이들의 문자는 의례적인 '복 많이 받으라'는 설날 인사말을 담고 있었지만, 광역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 등 지방선거를 겨냥한 후보임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 4월 10일부터 2018년 5월 14일 까지 실시 사유가 확정된 재보궐 선거를 함께 하기에 아직 4개월이나 남았는데도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설날 등 명절에 의례적인 인사말을 간단히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행위는 선거법상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으므로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선거와 관련된 문자를 보내면서 예의를 상실한 분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전 허락도 없이 마구잡이로 받은 홍보문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그나마 이건 애교에 불과하다.
이들이 보낸 무차별 문자 메시지는 내가 거주하지 않는 지역 후보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고향을 떠난 지가 30년이 넘은 사람에게 왜 기초단체장 홍보를 하는 것이며, 이사한 지 10년도 넘은 지역의 기초의원은 왜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인가?
그리고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입수한 것일까. 특히 내 거주지역과 상관이 없는 다른 지역 후보에게 받은 문자를 볼 때면, 문자발송 대상자에 대한 개인정보 습득 경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고향에서 온 문자는 십중팔구 동창회 주소록에서 번호를 얻었을 것이고, 이사 오기 전 살았던 곳에서 온 문자는 '집사님'이라는 호칭이 포함된 것을 보면 아마 교회 주소록에서 가져왔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에 '좋은 후보'는 없다. 최대한 '덜 나쁜' 후보를 뽑는 게 대한민국의 선거다. 그렇다면 '덜 나쁜 후보'는? 무차별 선거 문자를 안 보내는 사람이 가장 좋은 후보지만, 아쉽게도 선거역사상 그런 후보는 없었다. 그나마 문자메시지를 조금 덜 보내는 후보가 '조금 덜 나쁜 후보'다.
이번에는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보내는 '나쁜 후보'는 절대 찍지 않겠다는 '유권자 갑질'을 반드시 실천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