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 묵은 숙소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이 숙소는 생각보다 오래된 건물이었다. 높은 문은 마차가가 들어갈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고 그 위로 관리인들이 살았을 것이라고 전직 프랑스어 교사인 Marie는 말해주었다.
강 한 방울
나의 숙소는 파리 북동부 크리메(Crimée)에 있는 한인텔. 숙소에선 수도권고속전철(RER)이나 Roissy 버스와 같이 좀 더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만을 안내했지만 나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한 번만 갈아타면 되고 제일 저렴해서 공항 주변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볼 수 있는 350번 버스(6유로)를 타고 동역( Gare de l'est)에서 지하철 7호선(1.9유로)으로 갈아타는 방식을 선택했다.
도심 외곽에서 저녁 9시 경에 본 사람들은 좀 고단해보였지만 잠시 길을 물으면 물 기다린 화초처럼 생기를 찾아 대답하는 듯 했다. 저녁도 못 먹고 카메라에 삼각대 등 짐을 하영 들고 숙소에 10시가 다 되어 도착했지만 좀 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민박집 주인의 안내를 듣는 순간 산산이 깨지고 낭패다 싶었다. 아파트 수도관에 문제가 생겨 물이 안 나와 욕실은 물론 화장실도 쓸 수 없는 상태인데 다음날도 보장할 수가 없단다... 땀이 나고 피곤한 터라 잘못하면 금년 세 번째 감기에 걸릴 것 같아 걱정이 되어 그냥 자볼까 하다가 마음을 바꿨다. 도저히 다시 들 엄두가 나지 않아 짐도 놔두고 하루만 근처 다른 숙소에서 자기로...
길 맞은편 조선족 자치주에서 온 부부가 운영하는 민박집으로 옮기면서 근처에 이런 곳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 이층 침대에서 남녀가 따로, 한 방에 4명씩 묵을 수 있도록 하고 아침과 저녁을 제공하면서 하루 25유로를 받았다. 조용한 안주인의 안내를 받아 따뜻한 물로 씻고 나니 몸은 풀렸지만 자정이 이미 지났다. 쓰러지듯 누워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새벽 4시 50분, 인터넷이 되어 잘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한국으로 몇 군데 보내고 6시 즈음 좁은 계단을 빙글빙글 돌아서 건물 바깥으로 나가 돌아보니 어젯밤에 들어갈 땐 잘 보이지 않았던 숙소의 오래된 외양이 눈에 들어온다.
두껍고 오래된 나무대문의 묵직하게 닫혀진 모습은 건물의 연륜을 말없이 짐작하게 했다. 길은 좀 어수선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 양 옆의 주욱 이어진 나지막한 건물들은 정돈되고 위압적이지 않아 편안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처음 간 민박집 아파트는 이 동네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가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34층인 그 아파트는 47년 정도 된 건물이란다.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지고 또 잘 사용된 고층 아파트였다.
쌀쌀하지만 기분 좋은 아침공기를 마시며 거리를 슬슬 걷기 시작하니 아파트 벽면을 꽉 채운 화려한 옷의 멋진 흑인 남자가 그려진 그림, 청소부들, 재활용품 통에서 쓸 만한 천이나 옷을 찾는 여인, 아침 일찍 뭔가를 하기 위해 서두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제 나왔던 지하철역 쪽으로 가니 Presse라 쓰여진 가판대가 보여 다가갔다.
주인은 나에게 "Bonjour!" 웃으며 인사를 한다. 나도 "좋은 날입니다(Bon jour)!"를 기운을 내어 고개로도 인사하며 답했다.
불어는 모르지만 그림이라도 볼 요량으로 제일 눈에 띄는 곳에 놓여있는 Le Parisien과 Le Mond 그리고 파리 3D 지도를 샀다. 각각 2.6, 2.6, 5 Eu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