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진 고기를 파는 가게돼지, 소, 양고기를 지방에 조리한 리예트는 빵에 발라 먹는다.
노시경
빵 가게를 지나자 고기를 잘게 다져서 파는 가게들이 나왔다. 고기를 담는 단지인 테린(Terrine)을 파는 가게에서는 투르 지역에서 생산되는 각종 고기를 잘게 다져서 팔고 있었다. 단지 안에는 멧돼지 고기, 토끼 고기, 오리고기 등이 들어 있다. 채소를 섞어 다진 닭고기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오리 간, 닭의 간, 토끼 간, 닭 날개 등 부위별로 파는 고기들도 있으니, 각종 고기의 정육점 백화점 같은 모습이다.
이 정육점에서 파는 잘게 다진 고기류는 바로 투르 지역 특산품인 '리예트 드 투르(Rillettes de Tours)'이다. 리예트(Rillettes)는 소, 돼지, 양, 염소, 오리, 토끼 등의 고기를 갈아서 지방에 조리하고 향신료 등을 첨가하여 만든 식재료이다. 리예트를 시식하는 곳에서 빵에 넓게 발라 먹어보니 우리나라 프랑스 식당에서도 먹어보았던 기억이 났다. 다진 고기라 맛이 부드럽고 균일한데 통조림 참치를 먹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와인 안주로 계속 먹게 되는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답게 시장 안에는 와인 가게가 많고 판매하는 와인 종류도 다양하다. 이 와인들은 바로 투르의 다양한 고기요리와 어울리는 산미(酸味) 높은 화이트 와인들이다. 투르가 속한 루아르(Loire) 지방은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데, 투르의 이 와인가게에서는 '몽루이 쉬르 루아르(Montlouis-sur-Loire)', '누가 드 투르(Nougat de Tours)', '부브레(Vouvray)' 등이 현지 특산 와인으로 팔리고 있었다.
와인 가게 주인에게 와인에 대해 물어보았다.
"프랑스는 와인에 대한 사랑이 대단한 것 같아요. 좋은 와인은 어떻게 구별하나요?""나는 와인을 좀 알기는 하지만, 좋은 와인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한 마디로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프랑스 사람들도 와인의 복잡하고 어려운 구별법을 잘 몰라요. 자신 스스로 마셔보고 기쁨을 느끼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