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李明在)의 뜻이 오롯이 담겨 있는 나의 사인(sign)
이명재
그런 중에 한 사람이 정답을 맞추고 말았다. 다름 아닌 농부작가 문홍연이다. 그는 지금 김천일보에 '# 일상...'이라는 주유기(周遊記)를 연재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쓰는 글이 구수하다. 문 작가는 다음과 같이 댓글을 달았다.
"묘한 사인(sign)입니다." 정곡을 찔린 것과 같은, 아니 나만의 비밀을 들킨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정답이 나온 이상, 거기에 대해 가타부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답을 맞춘 문 작가에게 책 한 권 선물할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약속이니까.
사인(sign)은 영어다. 자신을 드러내는 독특한 문자나 기호로 인장(印章)을 대신한다. 어떤 사람은 이 사인을 사인(私印)과 동일하게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사인'은 한자에서 온 말로 개인 도장을 일컫는 것이다.
우리가 예전부터 쓰던 수결(手決)이 영어 사인(sign)에 가깝다. 수결은 이름이나 직함 밑에 자필로 글씨를 직접 써 넣는 것을 말한다. 서명(署名)과 같은 말이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인이 통용된다고 한다.
내 사인에 대해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사인이 여러 번 바뀌었다. 지금 쓰는 것은 1999년 농촌 목회를 하기 위해 낙향할 때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근 20년이 다 되어 간다. 가장 오래 쓴 것이 된다.
내 사인에는 이름 석 자의 뜻이 다 담겨 있다. 한자로 이(李), 영어 알파벳 엠(m)은 '명(myung)'의 두문자(頭文字)이다. 그리고 흘림체로 쓴 엠(m)은 면을 뒤집어서 보면 역시 '있을 재(在)'의 흘림체가 되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덧붙이면 모두들 그럴 듯하다며 머리를 끄덕인다. 앞으로 남은 생 동안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지금 쓰고 있는 사인을 늘 동반하게 될 것 같다. 남에게 보여주기에도 떳떳하고 의미도 있어 애정이 각별하다.
사인은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관심 가는 경우가 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사인들을 보아왔지만 아직까지 나의 뇌리에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사인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5, 6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의 사인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