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앞둔 세종보 또다시 보수공사 중

[현장] 환경단체 "1년에 4차례나 수리하는 고물, 철거가 답"

등록 2018.03.28 13:17수정 2018.03.2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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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력발전소 쪽 수문을 올리고 작업자들이 보수 점검을 하고 있다.
수력발전소 쪽 수문을 올리고 작업자들이 보수 점검을 하고 있다.김종술

4대강 사업 준공과 동시에 고장으로 멈춰 섰던 세종보가 또다시 정비에 들어갔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우기 전 정기점검이라고 한다. 그러나 준공과 동시에 해마다 4차례씩 진행되는 보수공사는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찾아간 세종보는 수력발전소와 맞닿아 있는 3번 (높이 4m) 수문과 (높이 2m) 아래쪽 보조 수문을 올리고 수문에는 6개의 대형 받침대를 설치해 놓았다. 입구에는 작업 차량이 서 있고, 파란 천막으로 덮어놓은 윤활유와 둘둘 말아 놓은 호수부터 벗어놓은 잠수복과 작업용 도구까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또 하류에는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갇힌 물을 뽑아내고 있다. 물속에서는 6~7명의 작업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유압실린더의 토사를 걷어내고 수중 펌프를 이용하여 바닥에 고인 물을 하류로 퍼내고 있었다.

 세종보 수력발전소 입구에 ‘세종보 수문 정기점검 실시안내’ 표지판을 세워 놓았다.
세종보 수력발전소 입구에 ‘세종보 수문 정기점검 실시안내’ 표지판을 세워 놓았다. 김종술

한국수자원공사가 설치한 '세종보 수문 정기점검 실시 안내'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4월 23일까지 가동보 수문 및 스톱로그를 점검한다는 것이다. 1) 수문구동 실린더 점검 및 실린더 실 토사 제거 2) 유압 배관 점검 3) 수문 점검 4) 수문병합부 점검 5) 바닥보호공 점검 6) 스톱로그 점 검 등 하상에 설치된 전도식 수문인 점을 고려하여 세종보 수문 관리매뉴얼에 의거 실시하는 정기점검이라는 것.

강바닥 퇴적과 4급수 오염지표종인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득시글했던 세종보는 지난해 11월부터 수문을 전면 개방하고 있다. 수문을 연지 4개월 만에 강의 유속은 40%나 빨라지고 펄이 씻겨 내리면서 모래와 자갈이 드러나고 이전 모습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수문 개방만으로 강바닥을 뒤덮은 펄층이 흘러내리고 악취가 줄어들어 수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래톱을 지표종으로 살아가는 새들도 30%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종적으로 철거를 앞둔 시기에 세종보 유지보수는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다"며 "당장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중단하고 철거하라"고 주장했다.

2012년 준공 후 하자보수 3년 기간이 끝나면서 유지관리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세종보는 2014년 14억 원(유지관리 및 인건비), 2015년 17억 원 정도'가 들어갔다. 또 2016년 11월 세종보 담당자는 한번 보수에 사용하는 비용이 8천만 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세종보 수력발전소 쪽 수문이 닫히면서 반대편 수문으로 강물이 흘러내린다.
세종보 수력발전소 쪽 수문이 닫히면서 반대편 수문으로 강물이 흘러내린다.김종술

지난 2009년 5월 착공한 세종보는 217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건설했다. 총 길이 348m(고정보 125m, 가동보 223m), 높이 2.8~4m의 저수량 425㎥의 '전도식 가동보'다. 지난 2012년 6월 20일 준공했고, 정부는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훈·포장을 수여한 바 있다.

하지만 완공 5개월 만에 수문과 강바닥 사이에 쌓인 토사가 유압장치에 끼면서 결함이 드러났고, 한겨울에도 잠수부가 동원되어 보수하기도 했다. 이후 해마다 2~3월이면 수문을 열고 점검과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 '최첨단 가동보'라 자랑하는 정부와는 달리 툭하면 고장 나는 세종보를 환경단체는 고철 덩어리로 부른다.
#4대강 사업 #세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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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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