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호감독
김원
"오사카의 제주 한인들, 참 미안했다"영화 <바람의 파이터>, <홀리데이>, 드라마 <아이리스>의 양윤호 감독
- 4.3 범국민위의 광고 연출 제안을 받고 처음 느낌이 어떠셨나요. "혼자도 아니고 감독 셋을 모아 달라고 해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70주년의 의미라는 차원에서 생각을 더 해보니 이해는 가더라고요. 그래서 해 보자 싶었죠. 제주 출신으로 현역에서 활동하는 감독들이 열 명 정도인데, 아무래도 제가 맏형 격이거든요. 나이 터울도 좀 나고. 제주 엔터테이너 모임에서도 제가 활동하거든요. 이번 기회에 제주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오멸과 제주 관련해서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흔쾌하게 봉사하겠다고 나선 한재림 감독까지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뜻깊었던 것 같아요."
- 광고의 배경으로 일본 오사카를 잡으셨습니다. "<바람의 파이터>(2004) 촬영 때 오사카를 방문했었는데, 그때 촬영팀 전체가 제주 한인들에게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대접을 잘 받았습니다. 김치찌개를 한 솥을 끓여 주시고(웃음). <아이리스2> 때도 자원봉사한 일본인과 그 남편은 한국인이었는데, 참 열심히 해 준 기억도 나고요. 중국에서 작업했을 때도 그렇고, 이번 오사카 이쿠노쿠 제주 한인들도 마찬가지로 만나보면 짠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커요. 그래서 더 제주4.3에 대해 이제는 국민들도 이해를 해야 하고 국가가 국민들에게 이해시킬 의무도 있는 것 같고요. 이번 광고도 그렇고, 70주년 사업들도 그렇고, 여러 차원에서 대외적으로 4.3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일본 오사카 제주인들 상황도 마찬가지고요."
-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얼굴이 꽤나 인상적이던데요. "안 그래도, 촬영 전 조선학교 관련 자료는 다 찾아봤는데요. 당시가 아베 정권과 북한과의 정세가 안 좋을 때라 조총련 학교는 만나지도 못하고 민단 쪽 학교와 접촉을 했어요. 학교 정문에 제주 돌하르방을 세워놨더라고요. 역시나 반성이 되더라고요. 그 학생들이 탈춤을 배우고,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고, 또 고등학생들이 초등학생 후배들에게 한국을 가르쳐요. 코 끝이 찡하면서도 우린 뭘 하고 있었나 하는 반성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한국의, 제주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들 때문에요.
이번 다시 취재를 가니 예전에 계셨던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시고 안 계셨어요. 또 예전엔 제주말도 다 통했는데, 이제는 오사카에서 그 과거 영향력들이 확 줄었더라고요. 과거엔 오사카 쪽에서 도리어 제주에 도움을 많이 줬다고 해요. 1960년대인가? 감귤 묘목도 처음에 일본에서 큰 배로 통째로 싣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교포들이 그렇게 도움을 많이 줬는데, 우리가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이제껏 뭘 했나 싶고. 그 분들이 참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4.3 때문에 일본인으로 넘어간 이후 일본인들에게 '빨갱이'라 차별받을까 봐 신분을 숨기고 밑바닥 생활을 전전해야 했던 거죠. 내가 조선사람이오, 라고 밝히지도 못하고. 그래서 북조선 쪽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요. 슬픈 일이죠. 그래서 더 4.3 진상규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