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참여연대' 김기식 금감원장 취임 일성은?

등록 2018.04.02 14:41

수정 2018.04.02 14:41

국민의례하는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국민의례하는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유성호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 정책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면서 이처럼 말했다. 그간 금융감독기구가 금융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고 소비자 보호에 다소 소홀했던 면이 있었음을 꼬집으면서, 앞으로는 감독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 원장은 "어렵고 중요한 시기에 금융감독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날 김 원장은 금융감독원의 권위가 바로 서야 한다는 점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금융감독기구는 법령에 근거하면서도 그 특성상 재량범위가 넓다"며 "그렇기 때문에 금융감독기구의 권위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본연 역할 집중하겠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앞으로 금감원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금융감독원의 정체성을 바로 하고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며 "금융감독원의 역할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고 영업행위를 감독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 부분을 언급할 때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어 그는 "금융감독에 있어 조화와 균형이 유지되도록 하겠다"며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 간에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금감원) 위상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원장은 "그동안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와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더불어 그는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 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김 원장은 "이러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민해야 한다"며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김 원장은 "감독당국으로서 우리의 권위는, 칼을 휘두르며 위엄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시장으로부터,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때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장 위치에 맞는 역할 할 것"

취임식에 참석하는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강당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 ▲**취임식에 참석하는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강당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유성호

이 같은 그의 취임사가 마무리되자 한 직원이 단상에 올라 김 원장에게 금감원 배지를 달아주는 시간도 마련됐다. 흐뭇한 미소를 짓는 김 원장에게 박수가 쏟아지고 이내 그는 공개 석상에서 배지를 달게 된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제 제가 외부자가 아니고 여러분과 함께 일하는 식구가 됐다는, 되겠다는 저의 의지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어서 (공개적으로) 배지를 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함께 일할 수 있는 동료로 생각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든든한 벗이자 방패, 조력자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원장은 금감원 기자실에 방문해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과거에는) 참여연대나 야당 의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더불어 김 원장은 "이제는 금감원장이 됐기 때문에 그에 맞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의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김 원장은 지난 2002~2007년 동안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냈었고, 이어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회사 등을 감시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김 원장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지나치게 치우친 감독행정을 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원장은 다시 한번 금감원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