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사업 착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승섭 고려대 교수
박정훈
"한국 사회는 이런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한국 사회는 해고된 노동자를 지금처럼 대해도 되는가?""우리는 이런 국가를 용납할 수 있는가?"2015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의 건강 연구를 진행했던 김승섭 고려대 교수는 2009년 쌍용 정리해고에 대해 이같은 세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9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쌍용차 해고'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쌍용차 해고 사태에 대해 "하지 못한 이야기와 묻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고 밝혔다.
심리치유센터 '와락'과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승섭 교수 연구팀은 4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고, 국가폭력, 그리고 노동자의 몸'이라는 주제로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 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발언자들은 한 목소리로 "쌍용차 해고 문제는 끝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쌍용차 진압 당시에 심각한 수준의 국가폭력이 있었으며, 이후에도 회사나 공권력이 손배소나 낙인찍기 등을 통해 절벽 끝으로 노동자를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2015년 12월, 쌍용차와 쌍용차 노조는 해고노동자 복직에 합의했지만, 실제 현재까지 복직한 노동자 수는 기존에 약속했던 167명 중 37명에 불과하다. 130명은 여전히 언제 복직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에 최근까지 김득중 쌍용차 노조위원장이 32일간 단식을 진행하고, 이어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8일간 '옥중단식'을 통해 '해고자 복직'을 외치고 있다.
2015년 김승섭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불면증 및 수면장애가 72.2%에 이를 정도로 (복직자 49%, 일반 자동차 노동자 2%) 심각한 상황인만큼 복직이 미뤄질수록 해고자들의 건강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의 심리 치유를 돕는 단체인 '와락'의 권지영 대표는 이번 지원 사업에 대해 "해고와 그 과정에서 일어난 국가 폭력이 노동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지 이 사업을 통해서 이야기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노동자들에게 이런 고통이 없도록 하는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욱 쌍용차노조 사무국장은 "내년이면 10년째다. 저희들은 아픔들을 풀어내야 하는,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GM이나 금호타이어 등이 제2, 제3의 쌍용차 사태가 되지 않도록 막기 위한 고민들을 우리가 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회사가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 복직 약속한 것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