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건물주 아래 카페, 간판 뜯기고 쫓겨날 위기

[경실련 둥지내몰림 시리즈 2편] 노량진 카페 7그램 박지호 사장

등록 2018.04.12 09:37수정 2018.04.1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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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경실련> 지난 1, 2월호(통권 161호) 서촌 궁중족발 인터뷰에 이어 이번에는 노량진의 카페7그램을 인터뷰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중족발 인터뷰 보시고,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생존을 위협당하는 상인들의 상황을 안타까워하시며 분노하셨습니다. 궁중족발은 개인이 건물주지만, 카페7그램은 기업이 건물주였습니다. 건물주가 개인이든 기업이든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내쫓김을 당하는 억울한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둥지내몰림 두 번째 인터뷰는 건물주인 박문각과 소송을 진행 중인 노량진 카페7그램 박지호 사장을 만났습니다... 기자 말

[경실련 둥지내몰림 1편] '뜨는 동네' 되니 임대료 '폭탄'... 서촌 족발집의 눈물

 노량진 카페7그램
노량진 카페7그램 경실련

-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2012년 1월부터 박문각 학원 1층 지금 자리에서 카페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카페자리는 외진 곳이라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어요. 외진 자리에 아무도 안 들어오니까 학원측에서 저를 유치하려고 주차도 무료로 해주고, 홍보를 위해 간판 설치도 협조하겠다고 했어요. 1억 3천에 66만 원이라는 임대조건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아 계약을 했습니다. 계약기간이 2년이라고 해서, 5년으로 해달라고 했더니 그것도 해주더라고요. 그러면서 할 수 있으면 오래 하라고 해서 그 말만 철썩같이 믿었어요.

그런데 점차 손님이 늘고 장사가 잘 되고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박문각 측이 조금씩 갈등을 일으키더라고요. 2014년에는 학원 입구에 있던 홍보 배너를 강제로 이동시키고, 2015년에는 간판도 강제 철거하더니 급기야 2016년 6월 1일 매장을 비우고 나가라는 내용증명을 보내왔어요. 그 후 명도소송을 진행하더라고요. 저는 반소 안하면 변호사비, 원상복구 비용 등이 보증금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서 권리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어요. 법원에서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 판결이 내려져 현재 감정평가 절차가 진행중이고, 간판 강제 철거에 대한 형사고소도 진행중인 상황입니다."

- 서울시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이 열렸다고 들었는데 합의는 왜 결렬됐나요?
"저희 가게에 1억 7천, 2억에 권리금 내고 오겠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내용증명 받고 나서 그러면 팔고 나가게 해달라고 했는데, 박문각 측에서 거절했어요. 재계약도 안해주고, 팔고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무조건 나가라는 거예요.

그래서 서울시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의뢰했어요. 저는 합의금을 7천에서 6천, 5천, 4천까지 내려서라도 합의를 원했어요. 박문각은 처음에 1천5백만 원을 얘기하다고 1천만 원으로 내리더라고요.

제가 처음에 인테리어에 투자한 비용만 1억 8천만 원이 들었어요. 그래도 저는 부동산 강의를 전문으로 하는 박문각과 싸울 자신도 없고, 좋게 마무리하고 끝내고 싶어 박문각이 제시한 1천만 원에 매장을 비워주기로 하고 서울시 중재 합의서를 작성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박문각 측이 합의를 깨고 소송을 진행해버린 거예요."


- 자리 잡기까지는 사장님이 노력한 부분도 많으실 텐데 억울하시겠어요.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때 같은 1층에 있던 햄버거집, 피자집 1톤, 5톤 물류 트럭들이 항시 저희 카페 앞에 주차가 돼 있었어요.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관할관청에 신고하고, 불법주차 차주들 일일이 설득한 끝에 차 없는 인도를 만들고 구청의 협조를 얻어 주차봉을 설치하고 상권을 만들었어요.

영화 이벤트, 뮤지컬 이벤트도 하고, 손님들 끌려고 엄청나게 노력했어요. 대로변 횡단보도 앞에 있는 약국에 한 달 동안 매일 찾아가서 홍보 좀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서 약사님이 감동해서 포스터도 정문에 걸게 해주고, 배너도 놓으라고 해주더라고요."


 노량진 카페7그램 박지호 사장
노량진 카페7그램 박지호 사장경실련

- 박문각에서 간판은 왜 떼었을까요?
"2015년 박문각 사무실이 2층에서 1층으로 이전하는 시점에 학원 입구에 카페 간판이 먼저 보이니 학원 이미지에 안 좋다고 철거했는데 잘못된 것이죠. 실제로 간판이 철거된 이후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더군다나 간판 협조사항은 계약 당시 특약사항에도 있는 내용이에요.

검찰에서 관리인이 나랑 합의해서 뗐다고 거짓말을 하더라고요. 돈 들여서 특약까지 한 것을 제가 합의해서 뗄 리가 없잖아요. 제가 처음에 찾아갔을 때 관리인이 회장님 지시라고 했거든요. 특약 사인을 직접 한 사람이 전무에게 찾아갔을 때도 회장님 지시라 막을 수 없었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자기가 혼자 했다고 그러고 전혀 엉뚱한 감사가 시켰다고 말을 번복하며 거짓말을 하더라고요.

서울시 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돌출간판은 불법이라 동작구청 행정처분으로 저희 간판을 철거했다고 주장하더라고요. 동작구청에 의뢰해서 알아보니 행정처분 사실이 없대요. 그리고 그 건물의 모든 돌출간판 중 저희 간판만 철거한 것도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이와 관련 기자가 박문각쪽에 확인해 보니 회장과 전무는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그 당시 모든 건물 관리를 감사가 했기 때문에 관리인이 감사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노량진 학원가가 불법 간판이 난무해서 동작구청, 경찰서, 교육청 관리자들이 모여 자정결의도 하고 그런 때여서 학원 담당자가 아마 구청에서 환경정화 차원에서 철거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답변했습니다.

- 박문각이 이렇게까지 내보내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희 옆 분식가게는 주인분이 암투병하시다 돌아가셔서 아내 분이 혼자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변호사 비용, 생계,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두려워 함께 대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시고 2016년 11월에 권리금 전혀 못 받고 나가셨어요.

박문각에서는 저에게 저희 매장 자리와 옆 가게를 연구실로 사용한다고 했는데, 내부 관련자들 통해 들은 바로는 카페를 하려 한다고 했어요.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건물주가 1년 6개월간 비영리 사용시 보상 안 해도 된다는 법의 맹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 그렇게 꼼수를 쓰고 있는 거죠."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박문각측은 학원시설이 부족해서 1층 가게 2개를 자습실이나 연구실같은 학원 용도로 쓰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무료북카페 계획은 없다고 했습니다.

- 지금 가장 힘든 게 무엇이세요?
"자식과 와이프, 어머니에게 제일 미안해요. 명도소송 당하기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어머니를 저희집 근처로 모시고 왔는데 생활비를 드려야 하는데 죄송하죠.

저희 같은 세대는 부모님도 챙겨야 되고, 자식들도 챙겨야 되고 제 노후는 생각도 못해요. 장사도 안 되니까 다음 달 생활비 어떻게 할까? 여기 정리되면 나가서 뭐 해야 하나? 쫓겨나는 것보다 나가서 뭘 해야 하나가 걱정이에요.

건너편 테이크아웃 카페도 권리금 7천이에요. 권리금을 1억이든 2억이든 받아도 카페는 이제 자신이 없어요. 자리 찾기도 1년 걸렸어요. 죽기 살기로 했어요. 정말 새벽부터 올인하고 일했는데 건물주 욕심 하나에 모든 게 무너졌죠.

직장인의 마지막 보루가 자영업인데, 장사가 안되고 최저임금 오르고 이런 건 내가 극복이 돼요.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되니까. 최저임금 오르고 하면 서로 공감대가 생겨서 열심히 하니까 잘 돼요. 그런데, 건물주에게 쫓겨나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다른 데 가서 할 수도 없어요. 또 쫓겨나면 어떻게 해요? 트라우마가 생겨요."

 현재 카페7그램 박지호 사장은 건물주인 박문각과 형사, 민사 소송을 진행중이다.
현재 카페7그램 박지호 사장은 건물주인 박문각과 형사, 민사 소송을 진행중이다. 경실련

- 사장님처럼 억울한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가장 좋은 것은 법 밖에 없잖아요. 최소한 10년은 보장해줘야 돼요. 임대료 빼고 초기 투자비용만 1억 8천 든 거 생각하면 10년은 돼야 기반잡고 넘어가는 게 가능해요.

10년 보장해주더라도 자영업자가 이미 너무 포화상태잖아요. 경쟁이 치열하고 장사가 안돼서 접는 거는 얘기 못해요. 자기 책임이니까. 근데 사회적인 환경 있잖아요. 상가임대차보호법 문제, 환산보증금 문제, 건물주 갑질, 법이 맹점을 이용해서 1년 6개월 비영리 조항을 이용해가지고 저희처럼 이렇게 내쫓는 것은 막아야죠. 비영리 1년 6개월 조항같은 것은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빼야 돼요.

권리금은 무조건 세입자가 받을 수 있게, 이럴 땐 주고 이럴 땐 안주고 하지 않도록 해야해요. 저 사람한테 하면 1억 받는데, 건물주에게 가면 천 만원도 못 받고 그런 상황이 생기면 안 되는 거죠."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현재로선 언론에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아무래도 기업인지라 언론플레이도 잘하고, 언론에 예민하더라고요. 간판 강제철거 형사 수사 관련 담당검사가 2017년 7월 이후 4번이 바뀌고 아직도 수사중입니다. 이런 일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하는데, 참 어렵네요. 지금으로서는 많은 시민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법적인 잣대보다 사회적인 여론을 잘 만들어주시면 큰 힘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건물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국내 학원업계 굴지의 기업입니다. 더구나 경찰, 검찰 공무원 교육과 부동산 강의를 하는 학원입니다. 둥지내몰림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법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시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기업이 가진 사회적 이미지에 맞게 문제가 잘 해결되길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윤은주 기자는 경실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월간 경실련> 3, 4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월간경실련 #둥지내몰림 #노량진 카페7그램 #박문각분쟁 #젠트리피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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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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