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겨우내 헐벗었던 가지들이 새순으로 옷을 갈아입는 계절이다.
김민수
1948년 제주 4.3항쟁 70주년을 보내는 해,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 어린 기념사로 여느 해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날을 보낼 수 있었다.
제주 4.3항쟁이 서서히 그 진실을 향해 말문을 열기 시작했을 때, 머지않아 역사의 진실은 밝혀지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이후 정권을 잡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제주도의 아픈 역사를 자신들의 정권유지 차원에서 이용하려고 했을 뿐이다. 그들에게는 좌익 혹은 빨갱이 좌파, 이런 단어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가진 이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역사의 진실보다 더 중했던 것이다.
제주도민의 10%가 살해 당했던 아픈 역사, 내가 살던 종달리에도 그때의 아픔이 깊게 새겨진 이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숨죽여 지내야 했던 세월은 길었고 서서히 '폭동'이 아닌 '항쟁'이라는 이름이 붙어도 여전히 그 아픔을 맘껏 이야기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