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 비서실장 사건 검찰 송치... "봐주기" 비판 나와

정치자금법 위반 적용... 제3자 뇌물수수는 무혐의 처분

등록 2018.04.20 11:20수정 2018.04.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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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광식 전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비서실장과 그의 중학교 동창인 건설업체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제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은 18일 현광식 전 비서실장과 그의 동창인 고광민 동남건설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로 송치했다. 하지만 현 전 비서실장과 고 대표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에는 무혐의 처분하고, 공무원 블랙·화이트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과 <제민일보> 사주·간부 사찰 지시 의혹은 입건조차 안하면서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 제3자 뇌물수수 혐의 구속기소 의견냈지만...

 현광식 전 원희룡 지사 비서실장.
현광식 전 원희룡 지사 비서실장.제주도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11월 21일 고광민 대표가 원희룡 지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광식 전 비서실장의 요청으로 선거캠프에 관여했던 한 인사에게 총 2750만 원을 건넸다며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현 전 실장의 공무원 블랙·화이트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과 <제민일보> 사주·간부 사찰 지시 의혹도 보도했다.

경찰은 <오마이뉴스>의 보도 직후 바로 내사에 들어갔고, 지난 1월 현 전 실장과 고 대표를 제3자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이후 소환조사와 압수수색 등이 이어졌다. 참고인 조사만 50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조창윤 전 찔레꽃(감물염색 전문업체) 대표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작성한 다이어리 3권과 취재수첩 9권을 경찰에 넘겼다.

하지만 경찰이 4개월에 걸쳐 수사를 진행했지만 제3자 뇌물수수 의혹에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만 현 전 실장과 고 대표를 검찰로 송치했다.


제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핵심 관계자는 "현광식 전 비서실장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올 1월 입건한 뒤에 수사를 진행했지만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 여부가 확신되지 않아 무혐의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에서는 부정한 청탁 혐의를 입증하기에 법리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라며 "앞으로도 검찰이 수사할 것 같은데 수사진행에 따라 검찰의 판단도 달라질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애초 수사했던 제3자 뇌물수수수 혐의에도 구속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경찰에서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다 적용된다고 봐서 기소의견을 냈다"라며 "특히 현광식 전 비서실장의 경우 구속기소로 수사지휘를 올렸지만 검찰은 돈을 주고받은 사람들의 관계 등을 고려해 불구속하자고 했다"라고 전했다.

제주지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제3자 뇌물수수는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이 입증돼야 한다"라며 "건설사가 자원순환센터 컨소시엄에 들어갔지만 이는 지역업체 사업으로 특이점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건설사가 인허가나 사업수주 등을 위해 부정한 청탁을 해야 하는데 이 자체가 경찰수사로는 입증이 안됐다"라며 "특정사업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 묵시적인 공감도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컨소시엄에 들어간 사실만으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며 구속영장 의견을 냈지만 혐의 적용이 어려운 이상 구속수사도 힘들다고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단순히 외형상 비서실장을 정치활동을 하는 자로 보기는 어렵지만 당시 비서실장의 위치와 상황 등을 고려해 정치활동 대상자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이 부분은 경찰 기소의견을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조창윤 전 대표의 다이어리(왼쪽)과 취재수첩(오른쪽)에 각각 남은 '250만 원'과 '750만 원'의 흔적.
조창윤 전 대표의 다이어리(왼쪽)과 취재수첩(오른쪽)에 각각 남은 '250만 원'과 '750만 원'의 흔적. 구영식

블랙·화이트리스트-<제민일보> 사찰 의혹은 입건조차 안해

게다가 경찰은 공무원 블랙·화이트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과 <제민일보> 사주·간부 사찰 지시 의혹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제주지방경찰청의 핵심관계자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공무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사상 불이익이 없었다고 진술했고, 현 실장이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근거 불충분으로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민일보> 불법사찰과 관련해서도 현광식 전 실장이 조창윤씨에게 지시했다고 명확히 입증할 수 없고, 민간인에게 직권남용을 적용하기 어렵다"라며 "직권남용은 원칙적으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고, 제한적으로 민간인에게 적용할 수 있다, 조창윤씨의 신분 등을 고려해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입건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고광민 대표에게 돈을 받은 조창윤 전 찔레꽃 대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기소의견)로 검찰에 송치됐다. 2014년 관급행사를 수주해주겠다며 한 이벤트행사 업체로부터 200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조 전 대표는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찰이 지난 4개월간 열심히 수사했지만 검찰이 진실을 덮으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라며 "경찰쪽에서도 '검찰이 경찰의 의견을 뒤집어 버려서 자존심 상한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조 전 대표는 "주범인 현광식 전 비서실장을 잡는다고 해서 내 치부(200만 원 수수)까지 드러냈지만 결과는 현광식 전 비서실장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지난 4개월을 버텼는데 이렇게 되면 누가 진실을 얘기할 수 있겠냐?"라고 수사결과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검찰수사가 시작되면 제대로 붙어보겠다"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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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광식 #고광민 #원희룡 #동남건설 #조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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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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