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그림
포토넷
1946년 5월. 난 언제든 카메라 가방을 메고 〈라이프〉든 다른 언론사든 일을 받아 떠나야 할 처지다. 뒤에 아내와 어쩌면 아이까지 남긴다는 건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73쪽)
1954년 5월 25일. 빨리! 이 친구들이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전에 셔터를 눌러. 찰칵. 두 번 눌러. 혹시 모르니까 좀더 잘 찍으려면 옆으로 한 발짝……. (85쪽)
<로버트 카파, 사진가>는 로버트 카파 님이 1954년 5월 25일, 지뢰를 밟고 이슬처럼 스러진 날까지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때 그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사진기에 눈을 박고 걸었는가를 그립니다. 지뢰밭 사이를 걸으면서도 지뢰 아닌 사진을 그리고, 사람을 그리고, 삶을 그리던, 무엇보다 사랑을 그리면서 한 걸음을 내딛으려던 몸짓을 그립니다.
이러다가 로버트 카파 님은 마지막 단추를 누르고는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요. 사진기를 떨어뜨리고 몸뚱이가 사라집니다. 오래도록 그리던 이 품으로, 이제는 사진기도 사진짐꾸러미도 더 어깨에 걸치지 않아도 될 곳으로, 전쟁 아닌 사랑이 흐르는 보금자리로, 먼저 떠난 게르다 타로 님이 있는 하늘로, 가볍게 날아갑니다.
그리고 우리 곁에 사진이 남습니다. 한 발 두 발 꿋꿋하게 내딛으면서 찍은 사진이 남습니다. 신문사나 잡지사 소유물이 아닌 사진가 스스로 일군 땀방울로 세운 '사진두레(사진 에이전시)'에 남긴 사진이 오래오래 퍼지면서 이야기꽃이 됩니다. 전쟁을 찍으면서 사랑을 그린 사진이 남습니다. 전쟁 한복판에서 사람살이를 담은 사진이 남습니다. 죽이고 죽는 피범벅에서 길어올린 따스한 삶을 그리는 마음이 사진으로 남습니다.
로버트 카파, 사진가
플로랑 실로레 지음, 임희근 옮김,
포토넷, 2017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공유하기
로버트 카파는 아는데, 게르다 타로는 누구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