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1년, 노동자 피해는 계속"

검찰, 최근 관련자 14명 기소 ... 산추련 "피해 노동자 구술 활동 시작"

등록 2018.04.27 14:39수정 2018.04.2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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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진은 2일 오후 사고현장의 휜 크레인.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진은 2일 오후 사고현장의 휜 크레인.윤성효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을 맞아 노동단체들은 '위험의 외주화'와 '하도급'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은 '피해 노동자  구술기록 활동'을 벌이고, '산재사망 대책 마련 공동캠페인단'은 삼성중공업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2017년 5월 1일 오후 2시 58분,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32t급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타워크레인지지(붐)대가 떨어졌다. 이날은 세계노동절이었다.

이 사고로 인해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었다.

최근 검찰은 이 사고와 관련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김아무개(62) 전 소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직원, 협력업체 직원 등 14명을 불구속 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적용했고, 산업안전보건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삼성중공업 법인도 함께 기소했다.

산추련 "피해자 구술기록 시작"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아래 산추련)은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구술기록 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2017년 5월 1일, 무너져 내린 노동절 당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 합니다"며 피해자 구술기록의 필요성을 밝혔다.

27일 산추련은 "비정규노동자들이 자본의 이윤추구에 처참하게 집단살해를 당한 것이다. 그러나 살인자 박대영 사장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며 "다단계 하도급구조의 비정규노동자들은 위험한 혼재 작업에, 공기압박에,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취해지지 않은 상태로 여전히 내몰리고 있다. 그야말로 무법천지에서 노동자들이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라 했다.


이들은 "생명과 안전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입니다. '크레인에 다쳤는데 그 크레인에 매달려 내려 왔어요' ,'달라진 게 없어요. 예견된 일이었고 언제든 또 누군가 쓰러져 갈 거예요', '몇 백명이 한 공간에서 일하는 환경이요? 한마디로 거지같아요' 등, 이제 이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며 "그동안 웅크리고 있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고 알리려 합니다"고 했다.

산추련은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생존 노동자들의 목소리기록 활동을 통해 살아남은 노동자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잊혀져 가는 희생자를 온전하게 기억해내고, 살고자 하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하고자 한다. 너무 늦지 않았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고 했다.

다음은 한 생존 노동자가 사고 당시 상황을 밝힌 구술 내용이다.

"갑자기 어디선가 쿵 하는 엄청 큰소리가 났었지만, 조선소 작업환경이란 것이 소음과 진동은 워낙에 빈번한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중, 또 다시 한 번 더 쾅 소리가 나기에 무슨 일이 났다 싶어, 저와 마주보고 있던 어릴 때부터 동네 선배이자 조선소 입사동기인 절친한 형에게 피해라고 소리치며, 저와 형은 동시에 뒤로 뛰었습니다. 뛰고 난 후 바로 또 쿵 소리가 났으며, 정신 차리고 앉아 있던 자리를 둘러보니 그 자리로 크레인 붐대가 무너져 있었습니다.

이동 중 쓰러져 죽어 있는 저와 같은 팀인 막내가 보였습니다. 미동도 없이 머리 쪽에서 피를 많이 흘리며 누워 있는 모습에,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먼저 형만 부축하여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데, 한 쪽에서 멍한 얼굴로, 얼굴에 피를 흘리며 앉아 있는 모르는 작업자가 절 보며 '팔에 감각이 없어요. 제 팔은 괜찮은가요. 살려 주세요'라고 하는데, 외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형을 옮기고 부축하는 것만도 벅찼으니까요.

나만 안 다친 것에 대한 미안함과 내가 조금 더 빨리 움직였더라면 둘 다 안 다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 유난히 나와 형을 잘 따르던 막내를 챙기지 못한 죄책감과, 날 보며 살려 달라고 말하던 작업자를 외면했던 나 자신을 원망하게 되었습니다.

하늘이 보이는 곳은 외벽이나 주위에서 뭐가 떨어지거나 무너질까. 건물 안에 있으면 여기서는 무슨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어디로 대피해야 되나. 그런 것만 생각하고 있는 제 모습에 놀라며, 죽은 막내가 꿈에 자꾸 나타납니다. 아무런 말없이 원망스런 눈빛으로 …."

한편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 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은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삼성중공업을 '2018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캠페인단은 "사고의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와 원청의 책임 회피를 불러일으키는 다단계 고용구조에 있다. 사고가 난 골리앗 크레인과 타워크레인, 그리고 수신호를 주는 노동자가 각각 신분과 회사가 다르다 보니 사인이 맞지 않아 사고가 난 것"이라 했다.

캠페인단은 "삼성중공업은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위험의 외주화와 원청의 책임 회피 문제를 쏙 뺀 대책만을 내놓았다"고 했다.
#삼성중공업 #산재추방운동연합 #크레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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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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