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독서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려면

등록 2018.05.02 10:05수정 2018.05.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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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독서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려면

영어학습 관련 그동안 5회에 걸쳐 연재된 내용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사진도 곁들이고 영상도 올리면 조금 조회 수가 늘어날까 싶다가도 생각을 바로 합니다. 영상을 보고 찾아오신 분들보다는 순수하게 내용을 보고 찾아오신 분들을 위해 더 노력하고자 합니다. 물론,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제한시켜 초상권에 대한 동의를 얻은 다음 업로드 시킬 것은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 각오 같은 것도 한 마디 말씀드리고 출발하겠습니다. 갈 길이 아주 멉니다. 조금 거창할 수도 있겠으나 작은 제 마음이라고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각오 1. 영어습득을 영어학습과 구별하자
각오 2. 촛불 정신을 담아내자

조금 예외죠? 영어독서 운운하다 촛불이 등장해서. 막연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교육의 적폐는 무엇일까. 영어교육에 대한 문제점 가운데 혹 그동안 아무도 말하지 못하고, 아니 부지불식간 아무도 모른 채 쌓여온 적폐는 없을까. 만약 존재한다면 누군가는 그것의 혁파를 위한 조그만 손들을 하나둘 모을 수 있게 길잡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차원에서 영어습득은 영어학습과 구별되어야 하고 따라서 사교육에도 속하지 않고 공교육에도 구속되지 않는 우리, 저와 여러분 독자들만의 오롯한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통통배 이론

통통배 아시죠? 네이버에는 "[명사] 발동기 발동기(發動機)를 장치하여 통통 소리가 나는 작은 배"라고 되어있고 영어로는 chug("통통" 소리) boat라고 하는군요. 지난 기사에서 제가 전제를 달았습니다. 다음 기사에서 영어독서 관련한 질문들을 다루어 보겠노라고. 단, 영어독서라는 조그만 통통배에 승선하여 같이 먼바다로 나간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조각배도 아니고 여객선도 아니고 왜 하필 통통배일까 의아하신가요. 통통배는 엔진이 있습니다. 그러나 먼 바다를 나가기에는 너무도 작고 힘이 약해서 자칫 잘못하면 바람에 방향을 잃거나 높은 파도에 전복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영어교육 현실과 유사합니다. 영혼 없는 공교육의 먼바다와 지나치게 상업주의적인 사교육의 험난한 파도 속에서 말이지요.

르네상스(Renaissance) 러닝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영어독서 사교육 시장이 최근 2~3년 들어 르네상스 러닝의 영어독서 프로그램으로 "중원 중원 (中原) ① 넓은 들판의 중앙. ② 중국 문화의 발원지인 황허(黃河) 강 유역의 남북 지역. ③ 전하여, 정권을 다투는 무대. 또는 경쟁하는 곳"이 정리되는 현상을 봅니다. 홈피에 가보니 오늘 현재 벌써 600개 이상의 교육기관에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면면을 들여다보니 교육기관이라고 하는 곳이 어학원을 포함한 사교육 기관이거나 영어도서관이고 학교는 국제학교가 다수에 사립초등학교 몇 군데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제가 사는 광역시를 조회해보니 서울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 해당하는 특정 지역에 어학원 프랜차이즈를 통해 너덧 군데 이미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내용을 들여다보니 입이 벌어지는군요. 온라인으로 자신의 독서력 지수를 간단한 퀴즈 풀 듯 부여받고 수준에 맞는 도서를 어렵사리 선택하여 태블릿을 통해 자신이 속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독서를 합니다. 전자책과 전자 도서관이 결합 된 형태로서 어느 정도 컨설팅도 가능한 고객 친화적인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 아이들이 영어독서에 친숙해지고 입력의 양이 늘어나 어려운 원서도 대학교에 가면 척척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Malcom Gladwell

말이 나왔으니 한 번 간단히 계산해 볼까요. 맬콤 글래드웰 Malcom Gladwell: Outlier-The Story of Success(2008)의 만 시간 이론을 영어독서에 적용해보겠습니다. 고등학생들이 흔히 치루는 모의고사 지문 한 문단의 단어 수는 보통 130~150개 정도입니다. 계산상 편의를 위해 150개로 설정해 보겠습니다. 28문항을 대략 45분에 풀어야 하니 한 문항을 2분 미만의 시간을 써서 풀어야만 합니다. 한 문항을 풀기 위해서는 읽기도 하지만 또 생각도 해야 하니 순수하게 읽는 시간을 1분 30초로 가정해보겠습니다. 즉 90초에 150개 단어를 읽는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물론 취미 삼아 읽는 소설은 더 빨리 읽을 수도 더 느긋하게 읽을 수도 있겠지요.

- 한 시간에 읽는 단어 수: 3분(300개) x 20=6,000개
- 만 시간에 읽을 수 있는 단어 수: 6000개 x 1만시간=6000만 개
- 미국 청소년 문학 작품 <Holes>( 총 단어 수: 4만7079개, 미국 중학교 1학년 수준)을 기준으로 몇 권의 책을 읽어야 만 시간에 도달되는지 6천만 개 단어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 읽어야 할 권 수: 6000만 개/4만7079개=1274권

미국 청소년 문학 수상작 기준으로 최소한 천 권 이상을 읽어야 하는군요. 원어민 수준에서 최상급의 독서 실력에 포함되려면 말입니다. 한 편 생각해 보면 놀랍기도 합니다. 순수하게 독서를 통해서 언어를 습득한다는 가정하에서 우리나라 말을 우리가 독서만을 통해 소위 "독서왕"이 되려면 이 정도 책을 읽어야 한다니까요.

살짝 궤도에서 어긋나 르네상스를 다녀왔습니다. 이쯤 되면 스멀스멀 입이 가려우실 겁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우리 영어교육 현장의 현실을 보셨습니다. 학교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 대낮에 도로 한복판에서 마치 보란 듯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프로그램 개발사의 한국 파트너사가 독점권 계약을 통해 공교육 영어독서 프로그램을 비웃듯이 앞서고 있습니다. 사실 공교육에는 영어독서 프로그램 자체가 없습니다. 앞선다는 말로도 부족합니다. 제압했다고 할까요. 사교육의 공교육 제압 내지는 사교육의 공교육 선도.

그런데 말입니다

영화 <두사부일체>에서 오상중으로 분한 김상중의 꺼벙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부족해도 많이 부족한 캐릭터이지만 무언가 한 방 터뜨리는 따스한 조폭의 면도 보여줍니다. 우리 공교육을 보면 작품 속 "오상중"이 떠오릅니다. 무언가 한 방 터뜨릴 수 있는 존재. 보기엔 꺼벙해도 속 깊이 따스함이 넘쳐나는 존재.

위에서 르네상스의 시장 장악을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프로그램이 있고 책이 있고 태블릿이 있다고 학생들이 다 책을 읽어 낼까요. 시험 성적에 기둥뿌리까지 뽑히며 시달리고 시달려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 학생들이 성적에 들어가지도 않는 영어 독서가 프로그램이 좋다고 과연 몇 년씩 버텨낼까요? 만약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더 학교에 갈 필요가 있을까요. 미네르바 학교처럼 온라인으로 교육하면 오히려 시간도 절약되고 지긋지긋한 시험에서도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학생을 머릿수로 치환한다

어제 뉴스에서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교사 임용을 줄인다는 발표를 보았습니다. 단순히 입학 학생 숫자 감소에 근거한 산술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인상을 시민의 한 사람으로 받았습니다. 앞으로 12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집체식 교육이 이루어질까요. 안일한 관점입니다.

교사를, 학생을 단순히 숫자로 계산하는 방식은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비생산적을 넘어 파괴적입니다. 학생도 교사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적 창의성, 인성, 교육적 생산성을 계산해 서로 다른 파이를 계산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머릿수로 계산하는 방식은 양계장에서 닭을 세는 방식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강남의 학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합니다. 외국 프로그램을 가지고 한국 교육 현실에 접목하기도 하고 학원과 학원 간 인수·합병을 통해 세를 불리기도 합니다. 영·수 과목을 패키지로 묶어 고객 서비스를 편리하게 가져가는가 하면 온라인을 활용한 화상 수업, 영어독서 프로그램 등 공교육을 저만치 앞서갑니다. 핵심은 덩치가 작고 자율적이라는 사실입니다.

교과부=교육청=타이타닉

우리 교과부나 교육청은 타이타닉과 같은 공룡 유람선에 우리 모두를 태우고 먼바다를 항해하고자 합니다. 선장이 알아서 하고 선원들이 지시하는 대로 따르면 된다고 우리를 안심시킵니다. 가끔 큰 문제가 발생하면 선주들 모아서 무슨 위원회를 소집하여 공론화시킨다고 합니다. 위에서 알아서 하니 잘 따르라는 방식입니다. 가정으로 환원시키면 가부장제입니다. 가족 구성원들의 생각이 반영될 여지가 없는 셈이지요.

영어독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관내 학교에 영어독서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선다면, 현재로서는 그럴 것 같지도 않지만, 아마 광역시 교육청에서는 시범학교를 선발하여 1~3년간 예산을 지원할 듯싶습니다. 그 결과를 토대로 광역시 소재 전 학교를 대상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시범결과를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을까요. 일선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은 교육청에서 하달하는 공문에 근거하여 간단한 회의, 사실 의논 수렴을 위한 회의라기보다는 행동통일을 위한 성격, 이후 일괄적으로 영혼 없이 적용해 나가지 않을까요. 학생들은요. 따라오던가 말던가요...

학생은 학교에서 어떤 존재

한 교사의 특별한 노력으로 학생들 성적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갈 수 있을까요. 쉽지도 않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해당 교사는 인사상 이익이나 아니면 보너스라도 받을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오"입니다.

학생들 사이에는 자신들이 선호하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저 선생님에게서 미적분을 배우고 싶다"라든가 "비문학은 OOO 선생님이 어렵지 않게 가르치신다"든가. 방과 후나 방학 기간 중 실시하는 보충수업은 순전히 학생들이 그 수강료를 부담합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교사를 선택하여 수업을 수강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교과부에서 학생을 머릿수로 계산하듯이 일선 학교 보충수업 담당자도 마찬가지로 수강을 원하는 학생 수를 교사의 머릿수로 산술계산합니다. 학생들이 사교육을 선호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교육은 순전히 영리를 목적으로 합니다. 따라서 학생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강제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선생님 강의는 당연히 자신이 선택 수강합니다. 학교는 그렇지 않으니 학생들은 학교가 자신들을 홀대한다고 여깁니다.

통통배 선장이 되어

우리 모두 통통배 선장이 됩시다.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각자 자기만의 엔진을 달고 스스로 색깔을 입힌 손때 묻고 애착이 가는 통통배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시렵니까.

영어독서의 방법은 수천, 수만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르네상스가 도입한 미국식 프랜차이즈 방식도 있을 것입니다. 학생 인구가 열 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학교가 실시할 수 있는 최적의 독서 프로그램 개발도 가능할 것입니다. 문제는 자발적인 자유의지입니다. 수십만의 학생 의견이 자유롭게 반영되고 수만의 교사 의견이 제한 없이 투영되어 학교 환경에 맞고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지향하는 그런 방식 말입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통통배 제원을 차례대로 언급할 계획입니다. 그 대표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영어도서 선정 방법 –쟝르, 분량, 모르는 단어 수 등
2. 책 읽는 분량 및 독후 활동 – 일주에 읽어야 할 권수, 독후감 작성 시 언어 등
3. 영어독서 지속을 위한 동기 부여 관련
4. 학생, 교사, 학부형 협력 모델 및 역할 분담 등
5. 학교 도서관 등 영어독서 미시적/거시적 환경 등
6. 영어독서를 통한 영어 능숙도/향상도, 어휘 사이즈 측정
7. 사교육 프로그램 협력 방안
#영어독서 #만시간 이론 #르네상스리딩 #통통배 이론 #교실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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