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1년 노동정책 평가와 과제신지수
"최저임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만 두고 보면 '절반의 성공'이다. 두 정책만 놓고 보면 100점 만점에 70~80점 정도다."문재인 정부가 오는 10일 출범 1주년을 맞는 가운데,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의지는 있으나 정책 실행면에서 한계점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노동존중 사회'라는 정책 기조와 방향에는 동의하나 실행 부분은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산업노동학회 등 노동단체들은 4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1년 노동정책 평가와 과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전반에 대해 노중기 한국산업노동학회장은 "노동 공약 기조를 변경하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라며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적폐청산, 사회적 대화 등에서 일정한 개혁성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노 회장은 "노무현 정부를 포함해 이전 정부들에서 노동과 자본의 요구를 서로 교환하는 방식이었는데 문재인 정부의 정책 공약에서는 자본의 요구라 할 만한 것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노 회장은 "노동시간 단축은 원래 약속했던 가산임금 중복적용 문제에서 후퇴했다"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무기계약직, 자회사 설립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최저임금,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한정하면 절반의 성공이지만 전체 공약과 그 이후를 보면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라며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등 입법과제는 아직 시작도 못 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노동정책) 기조와 방향, 최저임금과 정규직 전환 같은 정책 면에서는 80점 정도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입법 등 향후 과제에 초점을 맞추면 100점 만점에 70점 내외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족하기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되돌아보지 않으면 (노동 정책 실현이) 위험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민중의 촛불로 새롭게 태어난 정부이기 때문에 1년이 중요하다"라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이어 "많은 조치들이 발표됐지만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기에는 굉장히 더디다"라면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노동이 우리사 회의 금기어인 '빨갱이'와 등치돼왔던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 '노동존중'이라고 외친다고 지위가 수직 상승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그저 말로만 노동을 존중하자고 하기보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스템과 절차 등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며 "갈 길이 멀다"라고 강조했다.
"의지는 있으나 한계 많아"..."일자리 정책에 노동권 배제 여전"노동계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중점적으로 시행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해 의지는 있지만 한계도 명확하다고 평가했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는 "임기 시작하자마자 인천공항을 방문하는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집권 초반 주요 정책으로 배치하고 있다"라며 "전환 규모도 이전 정부들보다 전향적인 것은 맞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황 교수는 정책 실행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그는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되는 사유가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되면서 전환에서 제외된 인원이 너무 많다"라며 "전체 비정규직의 절반이 넘는 인원이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라고 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상시지속적 업무임에도 기간제 교사, 강사, 고령자, 운동선수 등의 이유로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인원이 14만 명에 달한다.
그는 또 "앞선 정부들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해왔지만, 비정규직은 줄지 않았다"라며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구조에 대한 제도적 접근이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결원이 생겼을 때, 기간제로 채용한 뒤 필요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의 관행을 손보지 않은 채 정규직 전환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일 뿐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 사회'를 외치지만, 일자리 정책에서 '노동권'이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4차산업혁명 시대 미래 일자리로 지목받는 플랫폼 노동(배달 대행, 대리운전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 편집자 주)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됐다.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면서 기존 '상시고용, 8시간 노동, 사업장 근무'라는 기존 노동이 해체되고 있다"라면서 "사업장 내 질서가 변하고 있는데 정부는 4차산업혁명을 성장이라고 칭하면서 (플랫폼 노동의) 노동권은 중점 사안에서 배제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이 일자리 숫자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라면서 "하지만 만들어지는 노동들이 (노동환경, 고용관계 등에서) 기존 노동법 밖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대한 실태조사가 없다"라고 했다. 이어 남 위원은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노동의 관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4차산업혁명의 정부 정책에 노동의 관점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라며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고용지위에 대한 사회정책적 지원 방안, 노동법을 비롯한 사회법 체계로 포함시키기 위한 입법 과제 도출 등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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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본 문재인 정부 1년 "100점 만점에 70~8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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