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남북합의 결코 수용못해"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4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27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소연
물론 자유한국당 모든 이들이 홍 대표와 생각이 같은 건 아니다. 실제로 지방선거의 많은 후보들이 그와 거리를 두고자 하고 있으며, 혹자는 당대표를 그만두라고 나서기도 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언론에 나와 홍 대표에 대해 "그분은 보수당을 궤멸시키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참담한 사실은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보수세력이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분단구조 안에서 '악의 축 북한'에 대한 공포를 반복재생하면서 기득권을 누려왔던 만큼, 그들은 현재 북한을 빼고 난 이후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찾기조차 어렵다.
보수라 함은 변화로부터 무엇을 지켜야 하는 것인데,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궁극적인 가치가 반공주의다 보니 주적이 사라질 새로운 시대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그들이 보수가 아닌 극우세력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진보의 위기그렇다면 분단구조가 해체되고 보수가 몰락해가는 지금, 그 반대 위치에 서 있었던 진보세력은 어떨까? 안타깝지만 진보의 미래 역시 현재 불확실하다. 분단구조 속에서 남과 북이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었듯이, 진보세력은 보수세력과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루며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진보세력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법은 보수세력과 날을 세우는 것이었다. 무조건 '빨갱이, 종북좌파' 색깔론을 앞세우는 보수세력에 맞서 북한을 합리적인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평화를 이야기하면 그것만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진보라는 이름표를 얻을 수 있었다. 다른 국가에서는 보수의 어젠다인 통일과 민족을 이야기하는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들을 진보-좌파라고 칭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변했다. 북한 김정은이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알게 되었고, 분단구조는 곧 해체될 듯하다. 안보장사를 하던 극우세력은 힘을 잃게 될 것이고 현재 집권세력이 진보가 아닌 보수로 명명될 수도 있다. 그동안 분단구조로 말미암아 왜곡되어 왔던 정치구조가 다른 나라처럼 상식적인 좌파-우파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진보세력은 어정쩡하기만 하다. 안보장사를 하던 극우세력의 힘이 약해지고 있는 이 순간, 집권세력과의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현 정부 보다 조금 더 노동자를 이야기하고, 재벌개혁 등을 이야기하지만 국민들의 관점에서 그것은 아주 미미하게 보여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