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아덱스 당시 록히드마틴 부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록히드 마틴의 주가는 반비례한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군수산업체들이 한반도 평화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불보듯 뻔하다.
전쟁없는세상
이들 군수산 업체가 정말 무서운 까닭은 언제나 은밀하고 조용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가 안보를 핑계 삼아 민주적 감시와 통제를 벗어난 곳에서 불법적인 로비와 뇌물로 관료들을 매수하고 군사 갈등을 조장해서 무기를 팔아먹는다. 국제투명성기구 조 로버의 연구에 따르면 세계 무역 거래에서 일어나는 부패 사건의 40%는 무기 거래라고 한다. 이들 군산복합체는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은밀하고 추악한 방식으로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 형성을 방해하고 한반도를 다시 군사 갈등상태에 두려고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당장 평화 분위기를 만끽하면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안 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분단이 남겨놓은 폭력, 특히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군사주의는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이 체결된다 하더라도 그 위세가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는 일은 어쩌면 남북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비핵화보다 더 어려운 과정일 수도 있다.
치킨집 – 분단이 남긴 군사주의아버지와 함께 치킨집을 운영하는 어느 병역거부자가 지난달 17일 구청으로부터 영업소 폐쇄 처분 통지서를 받았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병역법을 어겼으니 병역법 76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고용주는 병역기피자를 임용·채용할 수 없고 각종 허가·인가·면허·등록 등도 취소해야 한다'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 병무청과 해당 구청의 설명이다. 다행히 병역거부자가 행정소송을 하면서 판결 전까지 폐쇄 조치를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 받아들여져서 당장 장사를 하는 것에는 지장이 없게 되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분단과 전쟁을 자양분 삼아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군사주의는 남북 정부 사이의 군사적 갈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예시 삼아 보자면 강력한 군사안보이데올로기는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법제도 뿐만 아니라, 병역거부자를 차별하는 일상의 편견에서도 강력하게 작동한다. 병무청과 해당 구청의 치킨집 폐쇄 처분 통지는 반인권적인 법제도와 사회적 편견이 만나서 벌어진 촌극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국가보안법, 해병대 캠프, 군대식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과 대학의 새내기 환영식, 젊은이들을 마구잡이로 부려 먹는 징병제도까지, 분단과 전쟁이 심어놓은 강력한 군사주의는 우리의 일상에 깊숙하게 박혀있다. 일상 속 군사주의는 상급자에 대한 복종을 자연스럽게 만들고, 부당한 것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삭제한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일상의 군사주의를 극복하는 일은 어쩌면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만들고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일보다 더 더디고 오래 걸릴 것이다.
판문점 선언, 그리고 조만간 개최될 북미정상회담까지. 전 세계가 주목하는 평화의 역사 한복판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분단이 남긴 군사주의 또한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눈앞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사건들의 아찔한 격차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그렇지만 어쩌면 이 현기증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가장 솔직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문재인, 김정은, 트럼프의 만남이 가져올 국제 관계 속 평화와 병역거부자도 맘 편히 치킨집 할 수 있는 일상의 평화 사이를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이 어지러움 끝에 마침내 두 길이 만나는 지점이 우리가 꿈꾸는 한반도 평화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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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를 하면서 평화를 알게 되고, 평화주의자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출판노동자를 거쳐 다시 평화운동 단체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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