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학생이 지난 1월 쓴 글. '난 사람이 좋아서 마음가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인데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심규상
지난 달 대전의 한 여고에서 한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이 벌어졌다. 이 학생은 마지막까지 "사람이 좋아서 마음 가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인데..."라며 힘겨워했다. 인권시민단체에서는 '동성 교제를 터부시한 학교와 지역사회가 저지른 타살'이라며 자성과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지난달 11일, 대전 모 여고에 다니는 A학생이 약물 과다복용 후 병원치료를 받아오다 끝내 숨졌다. A학생은 지난해 중순께부터 스트레스로 인한 과호흡으로 병원치료를 받아 왔다.
논란은 A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에 쏠리고 있다. A학생의 유가족은 '학교폭력에 의한 피해'라며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A학생이 남긴 일기 속에는...A학생이 친구들과 주고받은 단톡방 메시지와 일기에는 동성 친구를 사귀면서 주변의 시선에 힘들어한 정황이 담겨 있다. A학생은 지난해 12월 말 친구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글을 통해 '죽고 싶다'며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문과반에 나랑 ○○이랑 사귄다고 소문이 났는데...""나 진짜 죽고 싶어. 내가 ○○이랑 사귄다고 얘기하고... 그래서 과호흡이 심해지고..." 글을 보면 A학생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한 친구와 사귀기 시작한 건 지난해 중순 무렵부터다. 그런데 이 일로 고민과 갈등이 깊어진다. 주변 친구들이 '서로 사귄다'고 손가락질을 했다고 느낀 탓이다. 당시 자해를 한 정황도 담겨 있다.
"사실 어제 새벽에 손목에 칼을 댔는데..." 올 1월 말경에 주고 받은 문자 내용과 일기에는 심각한 고민의 내용이 들어 있다.
"난 사람이 좋아서 마음 가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인데. 힘들다. ... 내가 죽어버려야 끝날 것 같다... 끝내고 싶다" 다행히 A학생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지난 1월 말, 병원 담당의사가 '담임 교사와 상담해 보라'고 권유하면서부터다.
담임교사와 상담했지만... "너무 무섭고 힘들다" A학생은 고민 끝에 당시 담임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한다. 그런데 쓴 일기에는 '힘들다'와 '죽을까'라는 글귀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사람을 좋아한 것밖에 없는데 너무 무섭고 힘들다. ""죽을까? 죽을까? 죽을까?... 너무 힘들어, 너무 너무 힘들어... 힘들다 힘들어..." "난 조심했는데, 조심하지 않았으면 전교생이 알았을 거야, 나도 조심했다고..." A학생은 다른 친구와 나눈 글에서 담임교사가 "중고등 학생 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며 "담임쌤이 동성애를 극혐하는 사람이 아니란 게 다행"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쌤이 다 내가 조심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며 "쌤이 (동성 친구와 교제한다는) 소문이 더 퍼지면 위험하다며 조심하면서 살라고 했다"고 괴로워했다.
여러 정황을 보면 학교 측도, 학생들도 동성 간 교제를 그저 '조심'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 관계자도 "지금까지 동성 교제에 대한 교육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일기 "난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없고..."
3월 들어 새 학년이 시작됐다. 하지만 A학생은 같은 달 31일 일기 첫 문장을 "어쩌면 마지막 일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썼다.
"난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없고...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유일하게 날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엄청난 충격과 상처를 준 것 같으니 말이다." 자신의 부주의로 아웃팅(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 의하여 강제로 밝혀지는 일)되면서 사귀던 친구가 힘들어졌다며 자신을 책망하고 있다.
A학생은 이날 일기를 쓴 뒤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이 일기는 실제 '마지막 일기'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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