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가 있는 곳에 즐거움과 기쁨이 함께 해요. 밝은 표정의 출연자 '화장을 지우는 여자'를 구성지게 불렀던 출연자. 노래가사를 적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노래자랑이 열리는 곳이면 자주 다닌다고 한다.
한미숙
"이게 내가 대상 탈 때 사진이여~, 그리고 이거 봐. 나 가사 안 잊어버릴려구 이렇게 갖고 다녀. 흐흐흐..." 즉석에서 나와 이 마을 아무개 누구의 손녀딸이라고 소개한 앳된 처자는 '쓰러집니다'라는 노래로 관중들을 쓰러뜨렸다가 일으켜 세우며 감칠맛을 더했다. 노래자랑 중간에는 심사위원의 한 마디가 이어졌다.
"모두 어떻게 그리 노래들을 잘하시는 지 심사를 맡은 제가 고민이 많습니다." 심사위원은 시울마을의 통장과 노래자랑강사, 또 대전 문화유산 '울림'의 대표 안여종씨 세 사람이다.
비 오는 날, 마을잔치 천막을 지탱해 주는 오동나무 바지랑대가 눈에 띈다. 늘어진 빨랫줄 가운데를 높여 바삭한 바람이 더 잘 드나들게 해주는 바지랑대처럼 시울마을의 일상에 즐거움의 에너지로 환기가 되는 노래잔치. 마을은 한동안 동네의 늘어진 전깃줄처럼 노랫말이 출렁일 것 같다. 노래를 듣는 순간, 노래 속에 묻혀 비가 오고 있다는 것을 의식할 수 없던 축제.
지역에서 가장 낙후되어 현재 개발과 보존의 조율이 필요한 시점에 있는 대전 동구 소제동 일부는 재개발로 분류가 된 상태이다. 젊은 예술인들의 창작과 전시공간인 '소제창작촌'은 주민들과 소통하는 작업을 통해 지역 공동체문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동네는 다르지만 내 유년을 보낸 마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시울마을의 축제에는 추억의 눈물샘을 건드려 눈시울을 붉게 하는 그 뭔가가 있다. 마을잔치에 참가한 모든 이들의 '흥겨움'이 마을을 적실 때 주민들 모두가 진정 예술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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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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