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노동자들 "동아시아 평화와 노조할 권리 쟁취하자"

현해탄을 넘어 30년 이어온 한일 노동자의 우정

등록 2018.05.18 20:42수정 2018.05.1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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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의 일본계 기업의 공장 폐업에 맞선 연대 투쟁이 인연이 되어 30년 가까이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전북과 일본 간사이(오사카, 고베, 교토, 나라 등) 지역 노동자들이 노조 할 권리 보장과 초국적 자본의 수탈에 대한 공동 대응, 동아시아 평화를 촉구하는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18일 전북 전주 풍남문광장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일·한민주노동자연대 소속 한·일 노동자들은 "평화를 지키고 자본의 수탈에 저항하자"며 2018년 주요 과제에 관한 한·일 노동자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한일 노동자가 전북에서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한일 노동자가 전북에서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문주현

남북정상회담과 남북 고위급 회담 취소 등 한반도 정세가 안정과 위기를 넘나드는 가운데, 한·일 노동자들은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협정 체결, 동북아시아의 평화 운동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김동규 사무처장은 "해마다 중요한 주제를 선정하여 공동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어느 해보다 뜻깊게 동아시아 평화에 대해 함께 선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양국의 노동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체제 실현과 남과 북 정상의 만남 등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적 행동 등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양국의 노동자들은 "동아시아의 비핵화와 군축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한국과 일본도 핵무기 개발의 단초가 되는 핵연료 재처리를 중지하고, 보유한 플루토늄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북쪽의 비핵화 선언에 의해 사드의 존재 명분이 사라진 이상, 동아시아에 전쟁의 위기를 확대시킬 뿐인 사드는 즉시 철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아베정부의 전쟁과 관련한 헌법 개정 문제를 언급하며, "헌법의 평화주의와 국민주권주의를 파괴하려는 시도는 정권의 연명만을 도모하는 망국의 정책"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오키나와·헤노코 신기지 건설, 이와쿠니 기지 강화, 남서제도의 자위대 배치 등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확장 시도에 대해 "일본과 미국의 군수산업만 배부르게 할 뿐 주민들에게는 괴로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일 노동자의 적극적인 연대와 투쟁을 호소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한·일 양국의 과거사 청산은 해마다 각별히 다짐하는 주제"라면서 "일본노동자들은 방문 때마다 한국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침략 전쟁과 역사왜곡은 없어야 한다는 의미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며 평화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선언문에는 노조할 권리에 대해 강조했다. 양국의 노동자들은 양극화의 심화가 중대한 사회문제라는 인식에 공감했다. 아베 정부의 노동 관련 법 개정은 노동자들을 죽을때까지 혹사하려고 하는 과로사 추진 방안이라고 밝히며, 삼성의 노동조합 파괴 의혹과 공권력 동원 의혹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 했다. 이들은 양극화 심화의 이면에는 노조할 권리 침해가 숨어 있다고 봤다.

이들은 "자본의 노조 파괴에 힘을 합쳐 투쟁하고 민주적 노동조합을 확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민주노조 조직을 확대하는 국제연대가 사회의 경제민주화를 진전시키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등을 언급하면서 "기업의 초국적화는 현지의 노동자와 자국의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동시에 후퇴시키고 있다"면서 "위험의 외주화와 산업재해의 수출을 국제연대를 통해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간사이 지역 노동자들은 지난 1989년 전북 익산의 일본계 기업 아세아스와니 공장 폐쇄 저지 투쟁에 적극 연대하면서 전북지역 노동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스키장갑을 만드는 아세아스와니는 경영난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공장 문을 닫았다. 20대 여성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투쟁을 시작한 아세아스와니 노동자들은 1989년 12월 일본 원정 투쟁을 떠났고, 일본 오사카(간사이 지역) 전항만노조 건설지부는 법적 투쟁 등에 적극 연대했다.

1995년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창립되고 노동자들의 국제 연대 정신은 이어져 전항만노조와 지금까지 교류를 계속하고 있다. 1년에 2~3차례 노동자들이 전북과 오사카를 오가며 함께 투쟁을 하고 있다.

일본 노동자들은 지난 16일 전북을 방문하여 전주시청 택시고공농성 연대와 한국GM 투쟁 간담회 등의 일정을 수행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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