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교복 입고 시간 여행... 모텔의 '화려한' 변신

근현대전시관 겸 영화촬영소를 한데 모은 '담양 추억의 골목'

등록 2018.05.30 17:59수정 2018.05.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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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영화 포스터 '잊혀진 계절'이 반겨주는 담양 추억의 골목. 추억의 골목은 순천·합천의 근대세트장과 제주·파주의 근대전시관을 한데 버무려놓은 융복합형 전시관 겸 세트장이다.
80년대 영화 포스터 '잊혀진 계절'이 반겨주는 담양 추억의 골목. 추억의 골목은 순천·합천의 근대세트장과 제주·파주의 근대전시관을 한데 버무려놓은 융복합형 전시관 겸 세트장이다.이돈삼

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박물관이나 전시관이 많다. 하지만 지금도 박물관·전시관이라고 하면 왠지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남아 있다. 중요한 전시품에 눈도장을 찍고, 기념사진 몇 장 남기고 서둘러 나오는 이유다. 알고 보면 그 안에는 우리의 문화가 녹아있고, 역사가 스며 있고, 옛 사람들의 생생한 삶까지 녹아들어 있는데.

'대나무 고을' 전라남도 담양에 흥미진진한 전시관이 하나 생겼다. 담양호 제방 아래, 담양군 금성면에 들어선 '담양 추억의 골목'으로 이름 붙은, 근현대전시관 겸 영화촬영소가 그곳이다.


담양 추억의 골목은 우리의 근현대사, 해방 전후부터 1980년대까지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그때 당시의 가족과 학교, 사회, 취미, 군대생활 등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으로도 쓰인다.

국내 근대 테마파크는 제주의 '선녀와 나무꾼', 순천의 드라마촬영장, 합천의 영상테마파크, 파주의 근현대사박물관이 있다. 담양 추억의 골목은 순천·합천의 근대세트장과 제주·파주의 근대전시관을 한데 버무려놓은 융복합형이다.

 옛날식 극장 건물로 변신한 모텔. 극장 건물 밖에 ‘로보트태권브이’ ‘바람과함께사라지다’ ‘영자의전성시대’ 등 대형 영화간판이 내걸려 있어 오래 전 극장 모습을 하고 있다.
옛날식 극장 건물로 변신한 모텔. 극장 건물 밖에 ‘로보트태권브이’ ‘바람과함께사라지다’ ‘영자의전성시대’ 등 대형 영화간판이 내걸려 있어 오래 전 극장 모습을 하고 있다.이돈삼

 옛날식 극장 건물에 들어선 화장품 가게와 고고장. 화장품 가게에는 젊은날의 임예진을 모델로 한 광고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고고장에서는 '원웨이티켓’ ‘헬로미스터몽키’ 등 옛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옛날식 극장 건물에 들어선 화장품 가게와 고고장. 화장품 가게에는 젊은날의 임예진을 모델로 한 광고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고고장에서는 '원웨이티켓’ ‘헬로미스터몽키’ 등 옛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다.이돈삼

담양 추억의 골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옛날식 극장이다. 20년 동안 운영된 모텔을 극장 건물로 꾸몄다. 건물 밖에는 <로보트 태권브이>, <바람과함께사라지다>, <영자의 전성시대> 등 대형 영화 간판을 내걸었다. 아래층은 미용실, 연쇄점, 한의원, 신문보급소, 세탁소, 비디오대여점, 라디오수리점 간판을 걸어놓았다.

극장 앞에는 뻥튀기장사가 나와 있다. 옆에서는 콩클대회가 열리고 있다. 극장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팝송 <원웨이티켓>, <헬로미스터몽키>, <징기스칸>이 흘러나오는 고고장이 시끌벅적하다. 누구라도 흥에 겨워 손발이 절로 움직이고 어깨가 들썩이게 한다.

 큰 도끼빗을 윗옷 주머니에 꽂은 DJ가 눈길을 끄는 추억의 음악다방. 담양 추억의 골목은 근현대 학교와 사회, 취미생활 등을 주제로 한 전시관 겸 영화 촬영장이다.
큰 도끼빗을 윗옷 주머니에 꽂은 DJ가 눈길을 끄는 추억의 음악다방. 담양 추억의 골목은 근현대 학교와 사회, 취미생활 등을 주제로 한 전시관 겸 영화 촬영장이다.이돈삼

 추억 속의 사진관 풍경. 까까머리 남학생과 단발머리 여학생들의 흑백사진이 빼곡한 졸업앨범이 펼쳐져 있다. 다른 벽면에는 바지를 벗겨놓고 찍은 돌사진이 붙어 있다.
추억 속의 사진관 풍경. 까까머리 남학생과 단발머리 여학생들의 흑백사진이 빼곡한 졸업앨범이 펼쳐져 있다. 다른 벽면에는 바지를 벗겨놓고 찍은 돌사진이 붙어 있다. 이돈삼

한쪽에는 큰 도끼빗을 윗옷 주머니에 꽂은 DJ가 앉아있는 추억의 음악다방이 만들어져 있다. 젊은날의 임예진을 모델로 한 화장품점과 양장점도 있다. 옛 선거벽보가 붙은 골목을 중심으로 전당포와 전파사도 자리하고 있다.


바지를 벗겨놓고 찍은 옛 돌사진, 까까머리와 단발머리 학생들의 흑백사진이 빼곡한 졸업앨범을 볼 수 있는 사진관도 배치돼 있다. 한쪽에선 만화 영화 <로보트 태권브이'>를 계속 상영하고 있다. 추억여행으로 이끄는 옛날 거리이고 골목이다.

옛날식 극장 바깥 거리에는 군데군데 <잊혀진 계절>, <무릎과 무릎사이>, <애마부인> 등 옛 영화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그 골목에 옛날식 다방이 보이고, '고급라사'라 이름 붙은 양복점도 있다. 신문과 여성잡지를 파는 옛날식 서점과 연탄집도 있다.


장작난로 위에 양은도시락이 포개져 있는 옛 학교 교실도 있다. 아이들이 문턱 닳도록 드나들며 재잘거렸을 문구사가 있고, 거기에는 만화 주인공이 그려진 종이딱지가 수북하다. 부모 몰래 다녔던 만화방, 존드기 등 주전부리를 팔았던 점빵, 옛날식 방앗간까지 8300㎡ 남짓 되는 전시관이 빼곡하다.

 '담양 추억의 골목'을 만든 김창 씨 부부가 옛 검정교복을 입고 구멍가게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 씨는 평소 근현대전시관으로 운영하고, 필요할 땐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으로 활용하려고 '담양 추억의 골목’을 만들었다고 했다.
'담양 추억의 골목'을 만든 김창 씨 부부가 옛 검정교복을 입고 구멍가게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 씨는 평소 근현대전시관으로 운영하고, 필요할 땐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으로 활용하려고 '담양 추억의 골목’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돈삼

 '담양 추억의 골목'에서 볼 수 있는 옛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 브이'의 한 장면. 옛날식 극장 건물에서 종일 상영을 하고 있다.
'담양 추억의 골목'에서 볼 수 있는 옛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 브이'의 한 장면. 옛날식 극장 건물에서 종일 상영을 하고 있다.이돈삼

옛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이 골목을 거닐 수 있는 것도 담양 추억의 골목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입구에서 옛날식 (검정)교복을 빌려준다. 금명간 굴렁쇠 굴리기, 비료포대 타기 등이 가능한 놀이체험장도 운영되면 흥미가 배가될 것이다.

추억의 골목은 김창식(52)씨가 만들었다. 김씨는 오래 전부터 영화나 드라마를 찍는 세트장을 짓고, 각종 전시와 실내건축 관련 일을 해왔다. 근대사 소품 10만 여점을 보유하고 빌려주는 일도 했다.

 '담양 추억의 골목'에서 만나는 작두펌프와 마을우물 풍경. 가난해서 불편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몽실몽실 피워주는 추억 속의 골목이다.
'담양 추억의 골목'에서 만나는 작두펌프와 마을우물 풍경. 가난해서 불편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몽실몽실 피워주는 추억 속의 골목이다.이돈삼

 장작난로 위에 포개져 있는 양은도시락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학교 교실 풍경. 밖에는 아이들이 문턱 닳도록 드나들며 재잘거렸을 문구사가 자리하고 있다.
장작난로 위에 포개져 있는 양은도시락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학교 교실 풍경. 밖에는 아이들이 문턱 닳도록 드나들며 재잘거렸을 문구사가 자리하고 있다.이돈삼

최근 세트장이 반짝 인기를 끌다가, 영화나 드라마가 끝나면 빠르게 시드는 사례가 허다하다. 김 씨는 평소 근현대전시관으로 운영하고, 필요할 땐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으로 활용하면 일석이조겠다는 생각으로 근현대전시관 겸 영화촬영소 '담양 추억의 골목'을 만들었다.

실제 내년 2월 이곳에서 첫 영화 촬영이 예정돼 있다. 올 연말께 촬영세트도 따로 갖춘다. 촬영이 끝나면 세트장도 전시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가난해서 불편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몽실몽실 피워 줄 추억의 골목이다. 젊은이들에게는 재밌는 놀이공간을, 아이들에겐 엄마아빠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는 기회를 준다. 아이들의 동심도 토실토실 여물어갈 것이다.

 '담양 추억의 골목'은 가난해서 불편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몽실몽실 피워올려 준다. 젊은이들에게는 재밌는 놀이공간을, 아이들에겐 엄마아빠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는 기회를 준다.
'담양 추억의 골목'은 가난해서 불편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몽실몽실 피워올려 준다. 젊은이들에게는 재밌는 놀이공간을, 아이들에겐 엄마아빠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는 기회를 준다.이돈삼

 체험장을 갖춘 담양커피농장 풍경. 빨강 커피가 주렁주렁 열린 농장에서 커피열매(체리)를 따서 볶고 분쇄해서 내려 마시기까지 커피의 모든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체험장을 갖춘 담양커피농장 풍경. 빨강 커피가 주렁주렁 열린 농장에서 커피열매(체리)를 따서 볶고 분쇄해서 내려 마시기까지 커피의 모든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이돈삼

담양 추억의 골목에서 가까운 데에 가볼만한 색다른 곳도 있다. 체험장을 갖춘 담양커피농장이 있다. 중앙일간지 사진기자로 일했던 임영주 씨와 동생 영노 씨가 일구는 농장이다. 커피열매(체리)를 따서 볶고(로스팅) 분쇄해서, 직접 내려 마시기까지 커피의 모든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커피 묘목과 하얀 커피꽃은 덤이다.

대나무골테마공원도 있다. 죽녹원보다 먼저 생긴, 자연미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대밭공원이다. 호젓한 분위기에서 대숲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다. 소나무 숲도 있어 죽림욕과 송림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자연미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대나무골테마공원 풍경. 호젓한 분위기에서 대숲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다.
자연미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대나무골테마공원 풍경. 호젓한 분위기에서 대숲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다.이돈삼

#추억의골목 #근현대전시관 #영화촬영소 #김창식 #담양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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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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